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청와대 4자회동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했던 「중선거구제」안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설」「서해상 남북 교전사태」등으로 정치권이 숨돌릴 틈이 없는 와중에서도 중선거구제에 대한 강한 역풍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무엇보다 여권 내부, 특히 자민련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만만치 않다.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은 거의 노골적으로 「중선거구제 저지, 소선거구제 유지」를 공론화하고 있다.
여권의 내부 작업이 선거구 획정단계로까지 나아 가자 충청 텃밭에서도 1개 선거구 3석중 1석은 다른 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 자민련 관계자의 귀띔이다. 또 자신의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큰 인접 지역구에 흡수될 수도 있어 당초 중선구제에 호감을 보이던 의원들까지도 말을 바꾸고 있는 형편이다.
자민련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국민회의 의원들은 말은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지 못하면서도 사석에서는 볼멘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텃밭인 호남 의원들뿐만 아니라 일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천 탈락의 위기감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과연 정치개혁이 제대로 되겠는가』라는 총체적 냉소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또 국민회의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농반진반으로 『소선거구제를 사수해 달라』고 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고 한다.
당론으로 소선구제 유지를 택한 한나라당의 내부 기류도 보다 강경해 지고 있다. 6·3 재선거 승리로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눈에 띄게 가라앉은 데다가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당내 일부 중진들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전국정당화를 위해 중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여권지도부의 의지가 안팎으로 호된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중선거구제는 물거너갔다는 성급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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