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Globalization)는 어떤 모습일까.18일부터 3일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러시아와 서방선진 7개국(G8)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일그러진 세계화」를 바로잡는 것이다. G8 정상들은 급속한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점검, 특히 「세계경제 안정책」 강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코소보 평화 정착, 최빈국 부채, Y2K, 군축 문제 등 지구적 이슈도 집중 논의된다.
◆코소보 재건
코소보에서 주변국으로 탈출했던 100만여명과 코소보내 피란민 50만여명을 겨울전에 복귀시키는 게 최대 현안. 때문에 공습으로 파괴된 도로와 전기, 수도, 통신, 주택 등 생활기반시설 복구를 위한 원조 문제가 쟁점이다.
미국은 공습 비용을 대부분 부담했다는 이유로 유럽 주도의 코소보 재건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이 파괴한 시설물을 유럽인들의 세금으로 복구해야 한다는데 불만이다. 유일하게 전쟁과 무관했던 일본도 「큰 돈」은 절대로 못내겠다는 입장. 유럽투자은행은 코소보 부흥에 향후 3년간 300억달러, 발칸반도 전체 복구에는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소보의 향후 지위문제를 비롯한 발칸 반도 전체의 장기적 안정책도 논의될 전망이다.
◆경제의 세계화
G8 모두 무분별한 세계화가 빚어낸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할 시점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경제의 민주화, 자유화로 풍요를 만끽한 강자(强者)들 마저 세계적인 경제 불균형 심화로 발목이 잡힌 것.
사상 유래없는 호황을 향유하고 있는 미국은 인플레이션 조짐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고, 유럽은 단일통화 유로의 가치 하락으로 불안한 상태. 일본도 경기활성화 방안을 연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침체된 상황.
미국은 유럽과 일본에 대해 사상 최고치에 달한 무역적자 문제를 해소하는데 협조해 줄 것과 지속적인 성장정책을 촉구할 전망이다. 또 1,500억달러의 대외 채무로 부도위기에 처한 러시아는 서방측의 지원에 부합하는 개혁 요구를 받을 듯.
◆국제금융개혁
헤지펀드를 감시할 수 있을까.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중심으로 최근 2년간 아시아와 중남미 등 이머징 마켓의 금융위기 원인이 됐던 헤지펀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금융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경우 예외적으로 자본이동 규제를 용인하고 「실체가 불투명한」 헤지펀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빈국 부채 탕감 G8이 과다채무빈국(HIPC)의 부채를 최고 700억달러까지 탕감해주는 안이 확정될 전망이다. 이 액수는 채무탕감 대상 41개국 총채무액1,570억달러의 45%에 해당한다. 티모시 가이스너 미 재무차관은 이와 관련, 『이 문제가 최우선으로 다뤄질 전망』이라면서 『단, 엄격한 개혁프로그램이 조건으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G8정상들 근황
빌 클린턴(52) 미대통령
탄핵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코소보 위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는 평. 하지만 공습중단후 「승리 선언」. 발칸 안정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 모색중. 국내경기 활성화로 내년 대선에서 앨 고어 부통령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음.
오부치 게이조(61) 일본 총리
지난해 취임 당시만 해도 「식은 피자」라는 혹평을 들었으나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인기상승중. 미일신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등 과제해결. 와세다대 출신 답게 서민적 이미지. 9월 자민당 총재선거서 재선 확실시됨.
장 크레티앙(65) 캐나다 총리
프랑스어권 퀘벡주 기계공 집안의 19명 자식 중 18번째로 태어남. 변호사가 된 후 29세에 하원의원 당선. 97년 리버럴한 자유당의 후원으로 총리에 취임, 2회 연임. 긴축재정을 통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함.
보리스 옐친(68)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초대 대통령으로 내년말 임기 종료. 건강 불안 와중에 3번째 내각을 경질, 권력유지를 위한 집념 과시. 코소보분쟁 과정에서 「세계전쟁」 운운하는 등 돌출적 행동. 백척간두에 선 경제 회복을 위한 지원을 호소할 듯.
토니 블레어(46) 영국 총리
노동당의 노조 의존적 성격을 탈피시킴. 「제3의 길」로 표방된 정치노선이 독일 사민당등에 영향을 줌. 코소보 분쟁때 지상군 투입 등 강성노선 견지로 지도력 과시. 최근 유럽의회선거서 좌파 정당 패배로 일시적 수세에 몰림.
게르하르트 슈뢰더(55) 독일 총리
중졸이지만 고학으로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 지난해 가을 총선서 정권 장악. 4월부터 사민당 당수. 코소보 사태 해결 과정에서 유럽 최강국의 수장으로서의 입지 확인. 4번째 결혼으로 화제. 이번 G8 회담의 의장.
자크 시라크(66) 프랑스 대통령
드골의 후계자를 자임. 95년 3번째 도전만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97년 국민의회를 해산한 결과 총선서 좌파에 패배. 조스팽 내각과 보혁공존 체제 결성. 「불도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강성이미지. 미국에 대한 유럽의 자존 강조./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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