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해군의 서해상 교전이 더 큰 위기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어서 다행이다. 물론 우리 군은 북한의 보복을 경계하고 있고, 이에따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어떤 돌발 사태에도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와 함께 사태의 의미와 파급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일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바람직한 교훈을 얻고, 서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대다수 국민이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인상깊게 확인한 것은 정부와 군의 확고한 안보의지와 능력이라고 본다. 이는 힘의 우위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을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려는 포용정책의 타당성을 뚜렷이 실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 지도층이 햇볕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회의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의 국내 정치 리더십과 햇볕정책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려했다는 분석은 시사적인 일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군이 북한군 전력의 실상을 그대로 국민에게 알린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특히 북한 해군력은 70년대말을 고비로 우리 해군에 비해 열세에 처했고, 지난 20년사이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북한 육군의 병력규모와 화력은 아직 위협적이지만, 공군력도 해군과 비슷하게 낙후된 상태다.
역대 정부는 물론 최근에도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며 포용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은 북한군의 취약성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이는 냉정한 안보·대북관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데도 북한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치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북한이 나름대로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전문들가들의 일치된 지적에 담긴 의미를 주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92년 남북 기본합의에서 「계속협의」 사항으로 남겨둔 해상 경계선문제를 북방 한계선(NLL) 침범으로 다시 부각시켜 남·북 또는 북·미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북한의 「협상용 도발」에 우리 군이 「함정 충돌」로 과잉대응했다는 지적이 미국쪽에서 나오고 있고, 주한 미군이 교전 사태에도 「전투 대비태세」가 아닌 「감시태세」만을 발령한 사실은 주목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가 서해 사태에 한층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북한의 행동을 남북간의 제한된 협력관계마저 해치는 「도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그들의 속셈을 파악해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의 기조를 지속시키기로 한것은 성숙한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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