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는 15일 오후 6시 전남 영광군 백수면 논산리 들판. 평화롭기만 하다. 탤런트 김정현이 200여㎙ 앞에서 카메라를 향해 힘없이 걸어온다. MBC 한희 PD가 소리친다. 『컷!』 건너편에서 경운기가 카메라에 잡혀 NG가 났기 때문. MBC가 25일 오후 10시 방송할 6·25특집 드라마 「오른손과 왼손」 촬영이 한창 진행중이다.6·25 전쟁이라는 불행한 현대사를 반성하고 분단의 비극과 단절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작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오전 서해에선 우리 해군과 북한군 간의 교전이 발생했다.
『오전 방송을 통해 교전소식을 들었다. 결국 오늘의 긴장도 불행한 6·25에 기인한 것이므로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상흔과 분단 극복의 화두를 던지는 드라마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 같다. 그 만큼 책임이 더 느껴진다』고 한PD는 말했다.
영광 장성 담양 등 전남 일대를 돌아 다니며 촬영하고 있다. 출연진은 최재성 김정현 허영란 양금석 정영숙 등. 이앙기, 경운기, 오토바이, 트랙터 등이 화면에 잡혀 NG가 속출했다. 6·25 당시와 지금의 시골풍경이 그만큼 차이가 난다. 「오른손과 왼손」은 6·25 전쟁 당시 빨치산과 국군 아버지를 둔 최재성과 장동직, 두 남자의 악연이 10·26사건에서 중앙정보부 요원과 대통령 경호실 직원으로 되풀이 되는 비극을 담고 있다.
/영광=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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