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바뀐 가방. 일을 더욱 꼬이게 하는 괴짜들. 여기에 여덟개의 목이 잘린 사람머리. 이 네가지만 놓고 보면 뻔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조금은 역겨우면서도 짓궂고 난폭하며 황당하고 무식한 방임적 코미디.「가방속 여덟머리」는 그 예상을 보기좋게 뛰어 넘는다. 기발한 상황 연출로 인간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사악함과 욕망과 공포를 웃음으로 연결시킨다. 살인청부업자 토미(조 페시)가 자신이 살해한 8명의 머리를 가방에 담아 멕시코에 있는 의뢰인에게 가져가는 일은 처음부터 꼬인다. 하필이면 옆자리에 같은 가방을 가진 젊은 찰리(앤디 카미유)가 탈 줄이야. 가방이 바뀌고, 자신의 목숨이 걸린 토미는 난리를 치고, 찰리와 약혼자인 로리 가족들은 머리를 보고 놀라서 어쩔줄 모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컬트」니 「블랙」이니 하는 냄새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악랄하면서도 유머스런 조 페시 하나로는 불가능하다. 그의 인질로 상황에 어긋난 꾀와 수다를 부리는 찰리 친구 어니(데이빗 스페이드)와 스티브(토디 루이소)에서 로리 어머니(다이앤 캐논)와 호텔종업원까지. 각자 능청과 호들갑으로 자기 역할을 다한다. 감독인 톰 슐먼은 「죽은 시인의 사회」도 썼지만 「아이가 줄었어요」의 각본도 쓴 인물. 역시 그냥 즐기는 웃음을 만드는 재주는 보통이 아니다. 18일 개봉. ★★★★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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