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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 황규연] 모래판 반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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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 황규연] 모래판 반란 준비

입력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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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인생」황규연(24·현대)이 마침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구미장사씨름대회(18∼21일)는 기존의 「이태현(23·현대)-김영현(23·LG)」쌍두체제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무대. 진원지는 황규연.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면목이 가려져있던 황규연이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정규대회 정상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황규연은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남모르는 비밀과 상처」를 공유해온 동료 이태현과 결승전까지는 부딪칠 일이 없다. 그것도 백두급, 지역장사급 모두. 덤으로 「골리앗」김영현마저 피해가는 환상적인 대진운이 따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의 표정과 목소리가 유독 밝은 것은 이 때문이다.

황규연은 기량으로 따지자면 단연 모래판의 주연급. 중량급으로는 187㎝ 130㎏의 「보통」체격이면서도 대학 은사인 이만기(인제대 교수)의 환생을 느끼게 하는 화려한 기술씨름, 95년11월(당시 세경진흥) 프로무대에 뛰어들때 기록한 역대 최고몸값(3억5,000만원)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현실은 97년8월 현대에서 제2의 샅바인생을 시작하면서 「조연」으로 밀려났다.

프로생활 3년반동안 정상에 오른 것은 불과 3차례. 97,98년 올스타전 2연패와 2월 설날장사대회다. 공교롭게도 모두 코칭스태프의 「작전」이 끼어들 필요가 없는 비정규대회. 그래서 붙은 별명이 자조섞인 「번외대회의 1인자」.

정규대회에선 이태현과 「꼭」같은 그룹에 포함되는 불운이 연속됐고, 우승길목에서 기다리는 그에게 「반드시」 0-3으로 무너졌다. 그럴 때마다 반대편에는 이태현에 약한 김영현이 항상 있었다. 「꿩(김영현)을 잡는 것이 매(이태현)」라는 코칭스태프의 「작전」이 감안된 둘만의 승부임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물론 물증은 없지만.

4월 합천대회 백두급과 지역장사급 8강전서도, 5월 삼척대회 지역장사급 4강전서도 황규연은 이태현에게 어김없이 「뱀앞의 개구리」가 되었다. 불과 얼마전 설날장사대회 결승서 이태현을 누르고 포효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두 선수는 갈라서야 서로가 크고 모래판도 한층 재미 있어진다』는 씨름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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