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여왕'에서 공연(共演)했던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이 15일 CBS TV의 3시간짜리 특집 쇼를 통해 발표된 미국영화협회(AFI) 선정 명배우 50인 명단에서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했다.무성영화와 뮤지컬 배우가 빠져 있는 이 `미국 은막의 전설 50인'에는 보가트에이어 캐리 그랜트, 제임스 스튜어트, 말론 브랜도, 프레드 아스테어 순으로 남우 25명이 선정됐다. 이중 생존자는 브랜도와 그레고리 펙, 커크 더글러스, 시드니 포이티어 4명뿐이다.
여우 25명은 헵번에 이어 베티 데이비스, 오드리 헵번, 잉그리드 버그만,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를렌 디트리히 등이다. 이중 생존자는 테일러, 캐서린 헵번, 로렌바콜, 셜리 템플, 소피아 로렌 5명이다.
선정 기준이 되는 5개 항목은 스타 자질(카리스마와 풍모), 재능(상이한 역할의소화 능력), 업적(남긴 작품의 비중), 대중적 인기, 영화사적 맥락이었으며 투표에는 영화인들을 비롯해 평론가, 작가, 문화계 인사,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 등 모두 1천8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날 발표를 본 보가트의 아들 스티븐은 "연기를 스포츠 경쟁으로 여기지 않았던 아버지로서는 이 소식을 듣는다면 엄청난 영광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면서 "아버지의 출연작 75편을 보면 `아프리카의 여왕'에서 `카사블랑카', `시에라 마드레의보물'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완전히 이질적인 역할이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해냈다"고 회고했다.
보가트의 미망인 바콜은 여우 20위에 선정됐다. 이탈리아에서 이 소식을 접한바콜은 전화통화에서 "놀랐어요. 나한텐 과분한 명예로군요. 하지만 보기(보가트의
애칭)가 최고 남우로 뽑혔다는 건 놀랍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AFI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여름 미국영화 100선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무성영화와 뮤지컬을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명화 100편 가운데 무성영화라고는 `국가탄생'(44위) 등 겨우 4편만이 들었을 뿐이었다. 탐 폴록 AFI 회장도 "작년과 비슷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0인의 명배우 목록에서 빠진 이들 가운데 특히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루돌프발렌티노, 스탠 로렐, 앨릭 기네스, 도리스 데이, 벨라 루고시, 글로리아 스완슨 등이 팬들의 동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평가이며 영화사학자인 레너드 몰틴은 "무성영화 배우들은 언제나 손해를 본다. 이는 영화적 독해력이 결핍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한 뒤 "그렇다고 해서 오늘 발표된 50인 명단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이 스타들 가운데 누가 자격이 없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명단은 또 뮤지컬 배우에 대해서도 대접이 소홀했다. 아스테어와 갈란드,진저 로저스는 끼었으나 빙 크로스비나 프랭크 시내트라는 빠진 것이다.
이번 투표 대상은 `1950년 이전에 데뷔한 배우, 혹은 그 후에 데뷔했더라도 생전에 현저한 명연기를 남긴 배우'로 한정됐기 때문에 제임스 딘(18위)이나 그레이스켈리(13위)는 포함된 반면 요즘의 달러박스로 통하는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 존트래볼타, 해리슨 포드, 수전 새런든 등은 빠져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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