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를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돌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 머리만한 현무암을 사람 키만큼 채곡채곡 쌓은 돌울타리 안에는 집과 밭, 그리고 무덤이 있다. 바람 많은 제주, 그곳에서도 동쪽 끄트머리 한데에 내앉은 우도(牛島)의 사람들은 죽어서까지 그렇게 돌담 안에 있었다.너무 평범한 섬이름 때문일까. 우도는 제주도의 맏아들격인 섬이면서도 추자도, 마라도등에 비해 덜 유명했다. 제주의 진경에 취한 여행객들은 무심코 이 섬을 지나치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도는 이제 돌담 바깥으로 나왔다. 90년대 들어 진가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약 30만명이 이 곳을 다녀갈 정도로 제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소가 됐다.
우도에는 섬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면적 6㎢, 둘레 14㎞의 손바닥만한 터에 기암절벽, 동굴, 산호해변, 검은 모래해변등 절경이 고밀도회로처럼 집적돼 있다. 3~4시간이면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우도는 소가 고개를 치켜들고 누운 모습. 섬의 일주는 머리 격인 우도봉에서 시작된다. 132㎙의 야트막한 언덕에 불과하지만 사위를 둘러보는 맛이 일품이다. 푸른 초원과 마을이 펼쳐지는 완경사면에는 소와 말이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다. 뒤를 돌아보면 깎아지른 절벽이다. 절벽을 때리는 파도는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이 짙푸르고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둔 성산일출봉이 거대한 왕관처럼 솟아있다. 우도봉의 꼭대기는 넓은 잔디언덕.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몸을 굴리기도 한다.
우도봉을 끼고 동쪽으로 돌아가면 검멀래(검은 모래)해변이 나온다. 폭이 100㎙ 남짓한 해변은 현무암가루와 산홋가루가 반반씩 섞인 좁쌀 크기의 모래로 덮혀있다. 해변의 끝에는 동굴음악제로 유명한 콧구멍굴이 있다. 고래의 집이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썰물이 되면 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벽에 가득한 이끼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더 북상하면 「하고수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열대의 정취를 풍기는 이 곳은 음료CF의 단골촬영장소로 많이 알려져있다. 미숫가루처럼 고운 모래에 서있으면 에메랄드빛 파도가 유혹한다. 허리까지 물에 잠기려면 한참 걸어들어가야 한다. 반바지차림이라면 신발을 벗고 물속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도의 으뜸명물은 산호사해변. 우리나라에 한 곳 밖에 없는 산호해변이다. 밀물이 들어와도 잠기지 않는 부분의 산호사는 모래처럼 곱고, 잠기는 부분은 쌀알 크기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산호사는 맑은 바닷물과 함께 옥빛, 쪽빛 , 남빛으로 색의 마술을 부린다. 파란 파도의 무지개에서 우도의 아름다움은 완성된다. 제주=글·사진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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