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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해 교전과 대북 포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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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해 교전과 대북 포용정책

입력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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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서해안의 교전사건은 한반도의 취약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잘 보여준다. 부지불식간에 평화롭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 땅이 언제든지 분쟁지역화할 수 있음을 여실히 입증해 주었다. 북한은 남북간에 관행으로 여겨왔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함으로써 비합리적이고 호전적인 「불량배 국가(rogue state)」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부가 확신에 차서 추진해 왔던 「햇볕정책」은 중대한 기로에 직면하고 말았다.

북한의 무력도발 의도에 대해 추측이 분분하지만, 정리하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킴으로써 미·북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페리 보고서」를 통해 펼쳐질 미국의 대북정책 조정안에 이러한 측면을 반영시키려는 의도이며, 따라서 미국을 다분히 의식한 행동이다. 둘째,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경제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북한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효용성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단순히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물먹이려는」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주도하려는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의 실효성을 실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대북경제지원의 규모를 늘릴 수 있는 효과를 의도했다. 셋째, 남한내 정세를 교란하고, 동시에 북한주민들의 단결을 유도하여 체제공고화를 다지려는 의도이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은 북한 나름대로 계산된 대내외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이 사태가 큰 규모의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교전이 발생하여 양측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 애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확전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냉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세간에는 정부가 내걸었던 「무력도발 불용」의 의지 천명에 비추어 볼 때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더구나 여론은 북한의 억지스러운 행동을 비판하기보다 그러한 북한을 정부가 순진하게 계속해서 지원해 주고 있다는 데 더욱 더 비판적이다. 출범 1년4개월만에 햇볕이 구름에 가리워지는 상황이 도래했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정책은 남북관계에서 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힘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거나 압박하는 정책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강압정책은 구호로는 쉽지만 실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북한은 성격상 고도의 안보국가이다. 즉 자나깨나 군사주의적인 구호를 외치며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먹고사는 성격의 국가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추락할 수록 이 성격은 더욱 빛난다. 그러한 국가를 상대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은 최악의 사태인 전쟁을 각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전쟁이 아니라도 남북관계는 계속해서 얼어붙게 될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포용정책은 최선이라기보다 차선책이다. 북한은 쉽게 변화하지 않으려는 관성을 지닌 체제다. 이러한 북한에게 경제적으로 다양한 접촉통로를 확대시킴으로써 변화시키려는 것이 포용정책이라고 한다면, 그 속도가 빠르게 추진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포용정책의 효과를 가급적 빨리 얻고 싶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21일 차관급회담을 앞두고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북한이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북경협이나 인도주의적 경제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양면적인 전술을 구분해야만 포용정책의 효과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남북관계는 긴장이 조성된다고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대화가 이뤄진다고 긴장이 제거된 것도 아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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