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함정 교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않은 16일 연평도 어민들은 당국의 신속한 조업허가 조치를 환영하며 서둘러 출어에 나섰지만 표정이 밝지는 못했다. 게다가 궂은비마저 내리고 오후엔 폭풍주의보가 예상되는 등 을씨년스런 날씨도 어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박재원(35)씨는 『이제 굶어죽으나 물에 빠져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손해를 보면 내년도 생계가 불투명해진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김상엽(47)씨도 『꽃게잡이가 천직이라 마냥 겁먹고 앉아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아직 어제일을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미 9일째 바다에 던져두었던 그물은 상당수 꽃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유실됐고 온전한 그물에 올라온 게들마저 대부분 장기간 방치된 탓에 부패해버려 어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몇몇 어선들은 조금이라도 게가 더 잡히는 지역을 찾아 16마일의 조업통제선을 넘기도 했지만 이때마다 여지없이 울리는 어업지도선의 경고사이렌소리에 힘없이 뱃머리를 돌렸다.
이날 연평초·중·고교들도 정상수업을 진행했으며 연평초등학교에선 7명의 군자녀들이 특별활동시간을 이용, 아버지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는 시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손하니(11·여·5년)양은 해병대 상사인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벌써 일주일동안 뵙지 못했는데 얼마 뒤 찾아오는 내 생일에는 꼭 집에 올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 늘 아버지와 함께 살았으면 한다』고 간절한 소망을 적었다.
김영희(42·여)씨는 『상황이 불안할수록 의연하게 자기생활을 꾸려나가는게 이곳 사람들의 장점』이라며 『요즘 마을주민들은 보다 자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이번 사건을 통해 이웃간의 돈독한 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께는 2주만에 인천에서 보급선이 연료와 쌀 등 생필품을 싣고 도착하자 필요한 물자를 구하려는 군인들과 마을주민들로 모처럼 부두가 북적였다. 15일 운행이 중지됐던 카페리 「실버스타」도 이날 정상적으로 인천항을 출발, 낮 12시께 대연평도 부두에 도착했다.
/연평도=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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