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여야회동 표정 -○…서해 남북 교전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총재의 청와대 회동은 예정된 30분 보다 무려 1시간이 더 걸릴 정도로 진지하게 진행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대행,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 등은 자유토론식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본격적인 논의 시작전 김대통령과 여야총재들은 날씨, 해외순방 등을 화제로 환담했다. 김대통령은 『박의장의 해외 순방이 취소돼 안됐다』고 위로했으며 박의장은 『이총재는 나의 순방 취소를 위로하는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말이 없더라』며 이총재를 치켜세웠다.
이에 김영배대행이 『여당 때문에 못 간게 아니라 한나라당 때문에 못갔다』고 반박하자 이총재는 『안가시기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으로부터 40여분 동안 서해 교전사태의 전말을 보고받은 뒤 여야총재들은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 초반 박태준총재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신북풍론」을 통박하자 이회창총재는 『당론이 아닌 개인 견해』라고 해명했다. 또 논의 도중 햇볕론의 현실적 효용성이 거론되며 다소의 논쟁이 있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회동후 김대통령으로부터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구술받아 발표하면서 『안보문제의 중요성 때문에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이회창 총재는 회담후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당직자들에게 총재회담 내용이 안보문제에 국한된 것과 관련,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대행·자민련 박태준총재·박준규 국회의장 등이 참석한 연석회담 형식에 대해서도 『너무 모양새에 구애받으면 국가안보를 논의하자는 우리당의 순수한 제의가 당리당략으로 비쳐질까봐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총재는 그러나 회담에서 특별검사제 등 정국 현안문제가 혹시라도 언급될 것에 대비,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이어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회담 발언 내용을 소개하고 김대통령의 언급도 요약해 전했다. 한편 이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대체로 이날의 회담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총재의 핵심 측근은 『야당이 정쟁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전히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김대통령과 이총재 두 사람만의 회담이 아닌 연석회담은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영성기자 leeys@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