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를 나흘 남겨둔 상무배구단 소속 레프트 공격수 이수동(28)은 15일 설레는 마음으로 대한배구협회로 향했다. 다음날 있을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러 가는 길이었다.지난 몇달간 잠을 설치게 했던 고민이 해결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대후 갈데가 없다는 사실만큼 말년병장을 고민스럽게 하는게 또 있을까. 박선출 이병용 등 자신과 함께 고려증권서 뛰던 멤버들은 지난해 10월 드래프트로 새둥지를 찾았건만 이수동은 당시 상무소속이라는 이유로 제외됐었다.
하지만 실업팀들간에 선수선발을 둘러싼 마찰음이 잇달아 터져나오자 이수동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협회방침도 오락가락이었다. 이러다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는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지난달 협회가 이들을 16일 실업팀을 상대로 드래프트한다는 방침을 확정했고 이수동은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협회에 도착한 이수동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현대자동차 LG화재 대한항공 등 3개 실업팀이 드래프트에 불참하겠다는 공문이었다. 삼성화재에서도 3개팀이 참가하지 않는 이상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눈앞이 다시 아득해졌다.
더욱 기막힌 것은 앞으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상무이사회를 통해 다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지만 3개구단이 『삼성화재가 99년 대졸자들을 내놓고 드래프트를 실시하지 않으면 협회의 어떤 일정에도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한 해결은 난망인 까닭이다.
96슈퍼리그에서 고려증권의 통산 6번째 우승을 일구며 베스트6에 당당히 뽑히기도 했던 늦깎이 스타 이수동. 그러나 제대와 동시에 그에게 다가온 현실은 올데갈데 없는 실업자 신세였다. 누구 탓인가를 아무리 자문해봐도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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