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가 공존하고 핏줄의 애증이 교차하는 땅」한쪽에서는 젊은이들이 이념과 체제를 수호하느라 피를 흘리고 한쪽에서는 그 이념과 체제를 넘어 행락이 한창이다.
서해상에서 우리측 함정들과 북한 함정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고 있던 15일 오전8시. 풍악호를 타고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장전항 세관을 통관했다. 오전10시. 남북간 교전으로 북한 어뢰정이 침몰하고 부상한 우리 장병들이 후송되는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됐지만 금강산 관광객들은 만물상의 절경에 취해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에서 벌어진 이 부조리한 상황에 접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전쟁과 평화」의 모순된 두 측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금강산에서 서해 교전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은 『불안속에서도 북한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형제애를 나눴지만 착잡한 마음은 오히려 더했다』고 한다.
16일 아침 돌아온 풍악호 관광객 김의명(金義明·58·강원 강릉시 노암동)씨는 『농사짓는 북한 농부들과 손흔드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위로 교전상황이 오버랩돼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며 분단의 아픔을 전했다.
오늘도 외신은 서해안 소식을 속보로 타전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우리의 고민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전쟁과 평화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같은 혼돈을 끝내야 하는 것도 모두 우리들의 몫임을 서해안 사태는 전해주고 있다.
/동해=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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