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없는 의사회' '국경없는 기자회' 보고서 -전쟁은 모두를 추하게 만든다. 78일간 계속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공습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끝났지만 나토와 세르비아 양측이 전쟁기간중 얼마나 많은 범죄 행위와 거짓을 저질렀는 지를 알려주는 보고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경없는 의사회」는 15일 세르비아군경이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에게 저지른 잔혹한 테러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고서를,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는 나토가 거짓된 정보로 얼마나 진실을 얼마나 호도했는 지를 알려주는 보고서를 각각 내놓았다.
◇코소보 난민보고서(Accounts of a Deportation)
국경없는 의사회는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의 31개 난민수용소에 수용된 알바니아계 난민 1,531명(201가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코소보 난민 대부분이 마을이 불타버리거나 세르비아 군경의 강제이주 명령에 따라 고향을 떠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14%가 세르비아 군경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목격했으며, 21%는 세르비아계에 의해 얼마전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시신을 보았다. 보고서는 정확한 사상자 수를 밝혀낼 수는 없지만 15~55세의 연령층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13%나 적고, 조사대상 가구의 28%가 가족중 한 명 이상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난민들은 세르비아군경이 집에 수류탄을 던지거나 돈과 자동차 등을 내놓지 않을 때 살해됐으며, 일부는 코소보해방군의 거점으로 보내져 교란작전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르비아군이 코소보의 의료시설에 근무하던 알바니아계 의료요원들을 몰아내 환자들을 죽게 내버려 둔 뒤 의료시설을 탄약 저장소로 사용한 사실을 대표적인 국제법 위반사례로 꼽았다.
◇나토의 거짓 언론플레이(War in Yugoslavia, NATO's media blunders)
국경없는 기자회는 나토가 거짓된 정보와 확인할 수 없는 상황묘사, 일방적인 근거 제시 등을 연발함으로써 서방의 정치인들과 군사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대표적인 예로 나토가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지도자 페미 아가니가 피살되고 이브라힘 루고바가 부상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들었다.
나토는 「코소보의 상당히 믿을만한 정보」와 자체 조사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거짓으로 판명났다.
난민들이 탄 차량에 폭탄을 잘못 투하, 75명의 사망자를 냈던 4월 14일의 오폭사건에서도 나토는 처음에 세르비아군이 폭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특히 뒤늦게 오폭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차량이 군용차와 비슷한 모양』이라는 내용의 조종사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가 다시 한번 이 테이프가 오폭사건과 관계없는 것 임을 인정해야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전시에 한 쪽의 정보제공은 선전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연합체라면 자신들이 상대하는 독재국가보다는 더 진실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의 결론을 맺었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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