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뛰어든 중고 신인 한명이 밋밋하기만 하던 신인왕 레이스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두산의 프로 2년차 좌완투수 이혜천(20). 마음놓고 그들만의 경쟁을 벌이던 올시즌 새내기들을 바짝 긴장케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혜천이 갑자기 떠오른 계기는 10일 마산에서 벌어진 롯데전. 그때 최고 관심사는 박정태(롯데)의 연속경기 안타행진이었다. 이날 야구인들은 두산이 선발로 이혜천을 내세우자 박정태의 기록이 또 1경기 늘어나는가보다 했다. 그만큼 그가 미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주로 중간계투로 기용된 그는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 비로소 프로 첫승을 올린 초보투수였다.
하지만 이날 그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철저하게 뒤집었다. 최고구속 147㎞의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하며 6-0 완봉승을 따낸 것이다. 그의 구위에 눌린 박정태는 기록행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고 승수 추가를 노리던 롯데의 에이스 주형광은 패배의 쓴맛을 봐야했다.
그리고 14일 현대전. 이번에는 국내 최고의 현역 우완투수로 꼽히는 정민태와 맞대결,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투수전을 펼쳐 「미완의 대기」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혜천의 이같은 급부상에 전문가들도 깜짝 놀랐지만 정작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봐야 했던 이들은 김상태(LG) 정원욱(롯데) 박장희(현대) 홍성흔(두산) 등 기존의 신인왕 후보들이었다. 이혜천이 지난해 부산상을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지난 시즌 10과 3분의1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이번 시즌 신인왕후보 조건(5시즌내 30이닝투구)을 갖추고 있었던 까닭이다.
16일 현재 이혜천은 4승2패에 방어율 4.15를 마크, 정원욱(4승2세2패·방어율 3.32) 김상태(4승7패·5.67) 박장희(3승3패·5.37)등 투수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신인왕감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가 최근 1개월도 안되는 시기에 4승을 수확하는 등 중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삼우기자 sam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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