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남측 인사의 평양방문을 제한, 중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1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대변인 성명은 일견 강경해 보이면서도, 남북관계를 급랭시키지 않으려는 속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북의 대응조치가 장소로는 「평양」, 시간적으로는 「당분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북측은 우선 상징성이 강한 「주체의 수도」 평양만을 거론, 금강산과 대북비료지원사업이 진행되는 북측 항만지역 등을 비켜갔다. 「전면 중지」라는 표현대신 「제한, 또는 금지」라는 신중한 용어를 택한 것도 현재 평양을 방문중인 삼성그룹 경협대표단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로 이날 북한 아태평화위 관계자들과 경협문제를 논의한 삼성대표단의 일정단축은 있을 수 있으나, 당장 북한에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또 「당분간」이라고 표현한데에는 차관급 회담후 고향방문단이 서울·평양을 교환방문할 수도 있다는 「잠정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는 북한의 이번 대응조치로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제약은 일부 경협사업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우리 당국은 북측이 현재의 주변상황을 『북남사이의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당국사이의 대화가 눈앞에 박두하고 있는 때』라고 규정한 부분도 중시하고 있다. 이는 북측이 사실상 차관급회담 개최를 시사한 것으로 당국대화를 중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측의 첫 대응조치가 인민무력성, 인민군총참모부 등의 군사기구 명의가 아니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조평통이 대남비난을 도맡아 하는 기구이지만 민간기구라는 점으로 미뤄 북측도 더이상 교전상황의 지속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명은 남측의 도발에 의해 서해교전이 발발했고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것은 북한측의 노력이며 미국의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도발이라는 점 등을 강변, 서해 남북교전사태 이전부터 유지해온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도발자들이 타죽게 된다」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등의 원색적 용어는 북측의 격앙된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번 조치가 당장 남북관계의 전반적 급랭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단계적으로 대응수위를 높여나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섭기자 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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