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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총리] "남북 자제력 발휘 갈등해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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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총리] "남북 자제력 발휘 갈등해소하길"

입력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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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촉동 싱가포르 총리 본지 인터뷰 -15일 아침,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서해안에서의 무력충돌 소식을 접하기도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전해들은 외국 인사가 있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

그는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던 도중 황원탁(黃源卓)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김대통령에게 급히 메모 쪽지를 전하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14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중인 고총리는 16일에도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판문점을 찾아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최일선에서 살펴봤다. 고총리는 판문점으로 향하기 직전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북한이 상호 자제력을 발휘해 갈등을 해소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서해안에서의 무력충돌 소식을 처음 전해들었을 때의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우선,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북한간에 드디어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 다음에는 (쌍방이) 자제력을 발휘해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상호 인내심을 갖고 평화적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가기를 바랍니다』

-동북아의 안보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반도의 안보는 동북아시아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칫하면 아시아 전체의 안보불안을 야기합니다. (15일) 김대통령으로부터 햇볕정책에 관해 브리핑을 받고 난 뒤 보좌관이 쪽지를 전해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 알게 됐는데, 역시 한반도 문제는 아시아에 파장이 큰 이슈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강력한 미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는데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앞장서서 그같은 입장을 지지해왔지요. 미군철수는 안보 공백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가 일부 전문가들이 얘기하듯이 햇볕정책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싱가포르는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통한 선린관계를 추구하는 정책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아세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방도는 없습니까.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싱가포르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지지해 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김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주로 어떤 의제들이 다루어졌습니까.

『남북한 관계, 인도네시아 사태 등 아시아 안보문제와 한·싱가포르 양국이 경제·통상분야에서 협조할 사항을 주로 다뤘습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모두 시장을 개방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건설,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뛰어나고 싱가포르는 경영 서비스 분야 등에서 강하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경협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위기로부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지배구조가 건실했기 때문이지요. 이자율도 낮은 편이었구요. 금융의 차입과 대출이 잘못 연결돼있지 않은 점이 유리했던 거지요』

-한국의 금융위기 극복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주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부실은행의 폐쇄나 대기업을 상대로한 구조개선 등은 제대로 된 정책입니다. 재벌지배적인 경제 체제에는「컨보이 효과」(convoy effect)라는 게 있는데, 시절이 좋을 때는 선도차와 함께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때가 맞지 않으면 선도차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 모두들 따라가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지요. 국제화된 시장경제하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벌체제에 커다란 변혁이 있어야 합니다』

-아시아 경제는 이제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십니까.

『회복세로 돌아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회복기미가 다소 과장돼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오고, 국제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싱가포르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부패가 적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부패의혹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데 충고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싱가포르에도 부패가 아주 없는 게 아닙니다. 다만 총리 직속의 부패조사국(CPIB)을 통해 공무원들의 법규 위반 사례를 철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경찰, 세관 등 대민업무 종사자 등 공무원들의 급료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패행위는 감옥행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관료들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언론의 자유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은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일을 지원해야 합니다. 국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만일 (언론인이) 국가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싶다면 (언론계에 있지 말고) 정치판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할때도, 정치를 하면 됩니다. 언론인은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와) 견해가 다를 수도 있으나,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는 떳떳하게 이름을 밝히고 책임있는 태도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기획취재부장 이상석 behappy@hk.co.kr

*[고촉통은 누구] '경제총리' 표방 190cm 장신

고촉통(吳作棟)총리는 31년간 장기통치해 온 리콴유(李光耀) 전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90년부터 싱가포르를 이끌고 있다.

76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고총리는 77년 李 전총리에 의해 재무담당 선임국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뒤 상공장관 보건장관 국방장관 제1부총리 등을 거치면서 국방과 경제문제에 관한 李 전총리의 충실한 참모역할로 정치력을 길렀다.

총리취임 직후인 91년엔 조기총선을 실시, 중간평가를 받아 리전총리의 후광을 벗었고 97년 총선에선 자신의 인민행동당(PAP)이 83석중 81석을 석권, 집권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졌다.

96년말 인민행동당(PAP)의 선거전략을 비난한 미국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국민총궐기를 촉구하는 등의 강단을 보였던 고총리는 95년 모든 국민에게 주식을 할당하는가 하면 96년엔 노인과 퇴직공무원에게 약1,400억원의 건강보험과 연금을 지급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제총리」답게 한·싱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고총리는 93년 방한때는 24명의 기업인을 대동, 곳곳에서 세일즈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도 도착직후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등 대기업대표 7명을 초청해 한국기업과 싱가포르간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41년생으로 싱가포르대와 미국 윌리엄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변호사인 부인 탄추렝씨와 1남1녀(쌍둥이)를 두고 있으며, 1m90㎝의 훤칠한 키에 골프와 테니스를 즐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싱가포르는 어떤나라] 서울면적에 인구 304만명

1999/06/16(수) 19:17

▲수 도: 싱가포르

▲인 구: 304만명

▲민족구성: 중국계 (77.5%) 말레이계(14.2%) 인도계 ( 7.1%)

▲면 적: 646㎢(서울시 605.4㎢)

▲정부형태: 내각책임제

▲주요지도자: 대통령, 옹텡청(王鼎昌) 선임장관, 리콴유(李光耀) 외무장관, 자야쿠마르(S.Jayakumar)

▲1인당 GNP: 22,807달러(98년 기준)

▲수교일자: 한국,75년 8월8일 북한,75년11월8일

▲교민현황: 4,150명(99년 기준)

▲대한(對韓) 수출입 현황: 수출 40.6억달러 수입 17.1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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