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박한 남북 움직임 -하늘을 찢을 듯한 포성이 오가던 서해바다는 16일 겉으로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평온을 유지했으나 남북 양측은 극도의 긴장상태 속에서 대치를 계속했다.
아침 일찍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해를 침범하던 이전과 달리 북한 함정들은 이날 NLL인근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북상하는 등 더이상의 남하를 자제했고, 우리 군도 이런 북의 동태를 철저히 감시하며 완충구역 인근 해상에서 하루종일 대기했다.
15일까지 9일째 우리측 영해를 침범해온 북한 경비정들은 전날의 교전을 의식해서인지 NLL북방에서 머물기만 했다. 오전5시 NLL북방 4㎞지점에서 대기하던 북한 경비정과 어선들은 오전7시30분께 남쪽으로 선수를 돌려 우리 군을 긴장시켰다.
오전 8시께 북한 어선 10척이 NLL바로 위쪽에서 조업을 시작했고 이들을 호위하던 경비정은 이보다 북방에서 어선 주변을 선회했다.
해군은 완충구역 남단에서 초계활동을 벌이던 고속정과 초계함 등을 즉각 북쪽으로 이동시켜 강제로 밀어붙일 태세를 갖췄지만 북한 함정들이 NLL을 넘지 않아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오전11시께 빗줄기가 굵어지자 어선들은 북상을 시작했고 경비정 5척도 NLL 북방 5㎞지점까지 올라간 뒤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오후1시께는 어선들은 NLL 북방 5㎞, 경비정은 NLL 북방 6㎞지점에서 멈췄다.
이날 눈에 띄는 북측의 영해침범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박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차영구(車榮九)국방부 대변인도 『특별한 도발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통상 전투란 장비정비와 작전수립, 상대 탐색 등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므로 이날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북측이 우리의 동태를 살피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의 어뢰정 침몰에 따라 서해안 해상 지휘단계를 한단계 격상시키고 최신예 함정과 각종 포와 미사일 등을 배치하는 등 공격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부터 유도탄정 수척을 연평도 북방 60㎞지점에 대기시키고 있다. 유도탄정은 사정거리 46㎞의 유도탄을 장착하고 있고 어뢰정보다도 속력이 빨라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또 NLL이남 5㎞까지 사격할 수 있는 사곶과 옹진반도의 100㎜해안포가 우리측 함대를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 또 실크웜 미사일 수기가 서해안 작전지역 사거리내에 배치되어 우리군에 위협이 되고 있다. 공군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 함정의 영해침범 행위가 중단되자 교전 이전상태인 경계 및 봉쇄작전 태세로 다시 돌입했고 북한 함정들의 자진 북상을 감안해 연평도 인근 해안의 어민 조업도 재개했다.
그러나 북한의 공세적인 내부 변화에 따라 고속정 3척과 초계함 1척으로 구성되는 고속정 편대를 2개조로 편성, 완충구역 남쪽과 서쪽에 각각 대기시켰고 호위함들도 완충구역 남방 해안에서 경계활동을 계속했다.
서해5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들도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했고 해안포 및 각종 미사일 등도 북측을 겨냥한 채 긴급 준비상태에 들어갔다. 15일 발령한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 2」를 유지하며 한미공조태세도 굳건히 했고, 합참은 예상되는 북한측의 도발을 종류별로 분석해 각각의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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