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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장병이 전하는 교전순간] "갑자기 비오듯 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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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장병이 전하는 교전순간] "갑자기 비오듯 총탄"

입력
1999.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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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무찌르는데 끝까지 동참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15일 오전 북한 함정과 교전중 부상을 입고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7명의 국군 장병들은 이날밤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과 함께 병실을 찾은 취재진에게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조장관도 이들의 기개와 동료애를 말로는 다 칭찬하지 못하겠는듯 『정말 수고했다.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라는 말만 되뇌이며 손을 꼭 움켜 잡았다.

우리 고속정에 타고 북한 경비정 「밀어내기」작전을 벌이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타구니에 파편상을 입은 서득원(24)하사는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지만 함정에 타고 있던 전원이 기민하게 대응해 적함을 격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60 기관총 사수인 서하사는 『북측 경비정에서 비오듯 총탄을 퍼부었지만 우리 함정은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응사했다』며 『아군 함정이 효과적으로 적 함정 공략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군의 응사에 놀란 북한군들이 신발이나 돌 병따위를 마구잡이로 던지며 도주했다』며 적의 패퇴상황을 설명했다.

같은 고속정에 타고 있던 이경민(21)하사는 『북한군은 처음부터 준비된 자세로 총격을 가해왔다』며 『그러나 우리측이 물러서지 않고 응사하자 매우 당황해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병기하사관인 유중삼(22)하사도 『북측 함정이 엔진을 세게 돌리면서 소총 등을 난사했는데도 우리가 물러서지 않고 소화기로 대응하고 충돌작전을 벌이자 곧이어 25㎜포를 쐈다』고 밝혔다.

다른 함정에 타고 있던 문봉진(37)상사는 선상에서 부하들에게 대피를 지시하다 북한 함정이 충돌해오면서 왼팔을 당했다. 계급이 가장 낮은 안태성(22)상병은 『끝까지 싸워 적이 물러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전우들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다』며 『부상 순간 전우들이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응급조치를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고속정 정장 안지영(30)대위는 파편이 아래턱을 뚫고 지나가는 부상을 당해 제대로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또렷한 눈빛으로 교전 당시의 긴장감을 전했다. 다리를 다친 채 포성이 진동하는 교전상황속에서도 끝까지 부하들을 독려했던 허욱(29)대위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취재진이 병실을 찾은 시간에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병원측은 『장병들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며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아 회복기간이 필요하지만 모두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TV를 보고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허대위의 아버지는 허대위가 위중하지는 않다는 말을 듣고 『천만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서득원 하사의 어머니는 『남북분단의 비극이 아들을 이렇게 다치게 만들었다』며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침통해했다.

◇부상자 명단

허욱대위 안지영대위 문동진상사 유중삼하사 서득원하사 이경민하사 안태성상병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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