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1달러짜리 드로잉 작가, 극장 간판쟁이, 초상화가를 거쳐 불혹의 나이에 순수화가로 전향했던 입지전적인 작가 이상원(64)씨. 그가 「흐르는 시간에 대한 시선」이란 제목으로 16~29일 프랑스 파리 살페트리에르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살페트리에르」는 미술전시공간으로 이용되는 성당건물로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세계적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었던 곳.이번 전시회에 그는 최근작인 인물화 「동해인」 시리즈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철저한 현장작가로 이름난 이씨는 「동해인」을 위해 강원 고성군 거진항 일대 마을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칠흑같은 밤바다에서 사투하듯 그물을 끌어올리는 할아버지 어부들, 고기떼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담뱃불을 붙이는 촌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할머니 등 오랜 세월 거친 바다 바람과 싸워 온 어민들의 깊고 굵은 주름을 화폭에 담았다. 오일에 유화물감이나 먹을 이용한 유채기법은 오일의 번질거림을 드러나지 않는 이씨만의 독특한 화법이다. 상업미술에서 손을 뗀 이후 그는 자신이 20여년간 그려온 1,000여점의 작품을 단 한점도 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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