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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사랑하는 국민'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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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사랑하는 국민'과 대통령

입력
1999.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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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군함들이 대치중이던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져 온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안팎에서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취임후 1년반동안 힘겹게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축적해 온 김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비판적인 여론에 둘러싸이게 됐다.고관집 절도사건, 장관부인들의 옷로비 사건,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김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국민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야당은 정치공세를 퍼붓고, 양대노조는 총파업 투쟁을 선언하고, 특별검사제를 받아들이라는 광범위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해에 나타난 북한 어선과 군함들은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김대통령이 가장 공들여 온 햇볕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햇볕정책을 반대해 온 야당과 보수계층은 햇볕정책을 즉각 페기하라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팔십평생 정치일선에서 눈비를 맞아 온 김대통령에게 이정도의 시련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련은 야당시절 그의 목숨을 위협하던 시련에 비해 강도는 약할지 몰라도 한층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이다. 군사독재아래서 그의 싸움은 악(惡)을 상대로 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정의롭지 못한 세력과의 싸움에는 항상 국민의 성원이 있었으므로 그는 외롭지 않았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향한 그의 간절한 꿈은 이나라의 모든 국민이 함께 꾸는 꿈이었다.

대통령선거에서 세번 낙선하고 네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그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그 말속에는 지난 삽십여년의 투쟁에서 국민에게 걸었던 열망이 배어 있다.

그러나 이제「사랑하는 국민」과 그의 사이는 때로는 대립적이고, 감정적이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관계가 됐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한마음으로 뛰었던 1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서로에대한 실망이 나타나고 있다. 또「밀월기간」이 지난 언론은 일제히 그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지금부터가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권 내부에서 터지고 있다. 다른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주변에서 부정부패가 고개를 들고, 오래 무리해 온 검찰은 스스로 무너져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김대통령이 그토록 증오했던 군사정부아래서의 정치공작 악습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아 공기업 파업유도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은 파업유도설을 전해듣고 『참으로 기막힌 일』이라고 개탄했는데, 대다수 국민의 심정이 바로 그렇다. 정권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권을 잡고나면 그렇게 똑같아 지는건가 라고 국민은 개탄하고 있다.

안팎에서 시련이 몰아쳐 올때, 우산을 준비할 틈도 없이 눈비가 쏟아질 때, 대통령이 의지할 곳은 원칙과 국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옷로비의혹 사건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을때 러시아에서 귀국하면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장관을 바꿀수는 없다.

법적으로 잘못이 없는데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런 교과서적인「원칙」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김대중정권이「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나선것은 국민을 실망시켰던 지난 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정부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 정부의 장관부인들이 지난시대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물의를 일으켰고, 국민이 배신감과 실망으로 들끓고 있는데,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장관을 바꿀수 없다』는 원칙이 과연 타당했을까.

김대통령은 「사랑하는 국민」이라고 부르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에게 국민이 어떤 존재였던가를 잊지말아야 한다.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여론에 굴복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어려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북한의 말썽은 한 부분에 불과하고, 국민의 지지만 있다면 능히 극복할수 있는 문제다. 산넘어 산을 또 넘어가야 할때, 국민의 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오랜 세월 국민과의 관계가 남달랐다는 점에서 「국민의 정부」가 되고,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왜 잃었는가. 대통령은 대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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