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일 서해 교전상황을 접하고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긴장감을 보이면서도 가능한한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를 취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날 고촉통(吳作棟)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인 오전 9시50분께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교전의 1보를 받았다. 교전 직후 황수석은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의 긴급전화를 받고 1보를 전했으며 김대통령은 황수석에게 『회담 중이라도 수시로 상황을 보고토록 하라』고 지시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갔다.이어 열린 정상회담은 수시로 들어오는 긴급메모 때문에 자주 중단됐다. 배석한 황원탁수석은 회담 중에 여러 차례 밖으로 나가 국방부 합참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다시 회담장으로 들어가 상황을 전했다. 김대통령은 吳총리에게 『한반도가 이 정도로 복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吳총리는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긴박한 상황이니 개의치 말고 보고를 받으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대북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지만 결코 북한의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북정책을 자세히 설명했다. 吳총리도 절대적인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회담후 조성태 국방장관 김진호(金辰浩)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로부터 전화로 전말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지시의 기조는 「도발에는 단호한 대응, 대북정책은 일관된 추진」이었다.
김대통령은 이어 학술단체 대표자와의 오찬에서 참석자들에게 교전 상황을 설명하고 『전쟁이 나면 북한이 패배하겠지만 우리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면서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냉전 일변도의 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이영성기자 leeys@hk.co.kr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진호 합참의장등 군수뇌부는 교전상황 발생 사실을 보고받자 즉각 국방부 지하 지휘통제실에 모여 시시각각 현지 상황을 보고 받고 작전을 진두 지휘하는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사태 악화에 대비, 미국측에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기지에 배치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추가배치해줄 것을 요청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며 또한 키티호크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해역으로 긴급 배치해줄 것도 요청할 계획이다.
양측 해군 함정의 교전결과 아군 피해는 경미한 반면 북한측은 어뢰정 침몰 등 큰 피해가 난 것으로 밝혀지자 군 관계자들은 『우리 해군의 전술과 장비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한껏 고무됐다. 해군 당국은 북한의 함정들은 대부분 60년대에 건조돼 기동성이 떨어지고 함포사격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교전의 결과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군도 수원 서산 청주 등 주요 공군기지에 긴급 비상 출동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고 서해안 및 전방지역 주요 레이더 기지의 공중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한편 합참은 15일 오전 10시5분 남북한 함정간 서해상 교전 상황을 최초로 발표하면서 정작 교전지역의 정확한 위치를 12시30분께에야 북방한계선(NLL) 남쪽 2㎞, 연평도 서쪽 10㎞ 지역이라고 발표해 빈축을 샀다. 또 최초사격을 가해온 북한 함정이 경비정이라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어뢰정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이충재기자 cjlee@hk.co.kr
○…외교통상부는 이날 오전 장재룡(張在龍)차관보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북 포용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는 한편 외교적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외교부는 전 재외공관에 사태의 전말을 긴급타전했으며 특히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경우 대사가 직접 주재국에 상황을 설명토록 했다. 외교부는 또 유엔 안보리에 이번 사태를 상정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는 한편 우선 안보리 의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서신을 보내고 이를 회원국들에 회람토록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이날 사태 발생 시점에 공교롭게도 홍순영(洪淳瑛)장관은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배석, 선준영(宣晙英)차관은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해외순방 수행, 김삼훈(金三勳)외교정책실장은 한·호주 정치군사회담 참석, 권종락(權鐘洛)북미국장은 미국 출장 등으로 각각 자리에 없었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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