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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DJ노믹스에 DJ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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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DJ노믹스에 DJ가 없다?

입력
1999.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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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요즘처럼 월급이 화제거리가 된 적도 없었다. 고시 합격하고 사무관으로 임용된 제자의 지난 달 월급은 100여만원.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지 문의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그를 가르친 경력 7년, 40대 초반의 동료교수는 180만원을 받았다.

그는 세계 명문대학의 박사이자, 수십편의 우수한 논문을 써낸 연구자이며, 주당 50시간을 학교 일에 투자하는 성실한 교수이다. 그 대가로 대기업 10년 경력의 고졸기능공 급여를 받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경기회복의 신호는 반갑기 그지 없다.

혹시 쪼들리는 마음이 조금 펴지지는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외국언론들의 찬사처럼 「또 하나의 기적」일까?

재산가치가 반감되고, 기업이 도산하고, 일자리를 반납한 대가를 모두 돌려달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정관재(政官財) 트리오의 오판과 실수를 왜 서민들이 이렇게 오래도록 감당해야 하는가를 물어볼 때도 되었다.

이만하면 잘하지 않았느냐는 표정을 제발 거두어주길 바란다. IMF 수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한 것은 IMF노믹스였지, DJ노믹스가 아니었다. 침체상황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최근의 경기회복은 다수의 희생을 딛고선 소수의 축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제도개혁에는 다수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IMF위기를 몰고온 근본적 요인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힌 모순의 덩어리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이 빠른 경기회복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뇌물과 부정부패, 고급 옷 의혹사건, 취중 망언 등 구태는 여전한 채 고물가·고이자율·고환율의 파고(波高)를 온몸으로 막아왔던 중산층과 하층민의 생활기반을 위한 정책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IMF노믹스가 대기업과 금융시장을 겨냥한 정책이었다면 DJ노믹스는 성장위주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서 중소기업 및 중하층민의 생존기반을 보호하고 사회통합적 분배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했다. 정책관료들의 역량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IMF노믹스 앞에서 DJ노믹스의 빛이 바랜 탓일까.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재벌의 버티기에 밀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100조에 달하는 구조조정비용은 애초의 우려대로 결국 서민부담으로 돌아왔다. 월급은 삭감되고 세금부담은 늘어났다. 상층의 자축파티를 위해 중하층민이 음식을 마련하는 꼴이 되었다.

DJ노믹스에 일년반전 서민들이 표를 던졌던 DJ는 없었다. 슈뢰더와 블레어는 최근 런던경제대학 강연에서 「세금없는 사회」를 「제3의 길」로 천명했다. 세금없이 국가재정이 이뤄지랴만, 고액세금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구사민주의와 단절을 선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 신사민주의의 기수들은 교육, 주택, 소비영역에서 저세금·고혜택의 새로운 정책들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 사정은 너무 다르다. 소득세 10%, 4대 보험료 10%, 여기에 각종 목적세를 합하면, 세금부담은 줄잡아 총소득의 20~25%에 이른다.

이 정도면 독일 수준에 근접하는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통분담하자는 정치인의 기만, 국가는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검찰의 오만, 수천만원짜리 코트를 걸치기만 했다는 지도층의 해프닝, 혈세를 백화점식 정책에 쏟아붓는 가시행정, 그리고 재정적자를 메워달라는 세금고지서 등등.

요즘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추경예산 2조7,000억원의 용도를 둘러싼 아이디어경쟁이 한창이다. 서민생활대책 예산인 모양인데, 수십 가지로 쪼개져서 결국 평가의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어디엔가 투여될 것이 뻔하다.

이제는 이런 즉흥적 태도에서 벗어나자. 「성장정치」에서 「분배정치」로 전환하는 큰 틀을 보여달라. 소수의 축제가 있는 곳에 민주적 시장경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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