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녕 세번째 창작집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사람이 살고 만나고 죽는다는 것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윤대녕 소설」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그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어디론가 떠난다. 작가의 표현대로 「책상 서랍에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생(生)이라는 걸 꺼내」 화두로 들고.
독자들은 그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새삼 자신의 생에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의 삶은 도대체 무엇인가. 물론 뚜렷한 해답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늦가을 배추처럼 속이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길잡이가 된다.
90년대 한국문학에서 누구보다 뚜렷한 개성의 소설세계를 구축한 작가 윤대녕(37)씨가 세번째 창작집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생각의 나무 발행)를 냈다.
두번째 창작집을 낸 지 4년반만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천지간(天地間)」, 현대문학상 수상작 「빛의 걸음걸이」 등 여덟 편의 작품은 그대로 최근 우리 단편소설이 이룩한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모든 소설, 문학의 질문이자 인간의 모든 사유활동의 기본적 질문이기도 하겠지만 윤대녕 소설의 질문이 다른 것은 그 질문방법 때문이다. 이미지와 언어를 일치시키는 문장이다.
『인간존재는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 근본을 형성하는 우주적 질서의 원형적 모습을 소설로 그려보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란 이야기다.
단편 한 편을 쓰면서 최소한 5~6번을 고쳐쓰고, 마치 인상주의 회화처럼 선명한 이미지의 문체를 구사하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가능하다. 많은 질문보다, 근본적 질문의 해답을 찾는 강고(强固)한 언어작업이 그의 소설인 셈이다.
실제 그는 틈만 나면 국내, 해외를 여행한다. 그러나 그의 여행은 실재하는 볼거리를 따라가는 여행이기보다는 자신의 심상을 따라가는 길이다.
사실 첫 작품집 「은어낚시통신」 이후 그의 작품들은 찬사와 함께 『비슷비슷하다』 『사실성, 육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는 듯 도시의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어디론가 떠나는 (대부분) 남자주인공이 있고, 그 도상에서 운명의 섬광이나 환영을 보여주는 여인과의 만남이 있다.
그리고 「우주적 질서로 존재하는 인연」에 대한 개안(開眼)이 뒤따른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상춘곡」의 나는 선운사 벚꽃이 피기를 기다려 떠나고, 「3월의 전설」에서는 구례 산수유마을로 떠나며, 「은항아리 안에서」에서는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떠나고, 표제작에서는 유성우(流星雨)를 찾아 속초로 떠난다.
그러나 이 변주에서도 그의 고전적 스타일과 낭만적 문체는 독자를 소설 읽기의 매혹에 빠져들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
『이제는 제 소설에서 인물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등단 10년, 『새삼 전적으로 글쓰기에 나 자신을 투자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느낀다』는 윤씨는 「타자성(他者性)의 복원」을 앞으로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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