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요즘들어 숨이 턱에 차오르고 있는 것 같다. 「고가옷 로비의혹」사건에서 「조폐공사 파업유도설」로 이어지는 파란의 정국에서 밖으로는 민심에 시달리고 안으로는 강경 일변도의 대응책을 따라 가느라 숨이 가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는 「특검제 수용 불가 및 단독 국정조사 강행」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강경 드라이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상황인식 및 대응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같은 시각은 여론의 비판적 분위기에도 불구,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을 발탁한 것이 이후 잇딴 강수를 자초한 시발점이라고 본다. 이어 「고가옷 로비의혹」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김장관을 유임시킨 결정도 결국은 민심의 부담을 떠안게 된 강경책이었다. 한편으론 「조폐공사 파업유도설」이 터지자 마자 김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도 방향만 다를 뿐 정면돌파를 위한 초강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 드라이브에 대해선 정국이 가파른 고비를 맞고 있는 만큼 여권내부에서도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권경험을 가졌던 국민회의의 한 영입파 중진의원은 『여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초조감이 역으로 강수를 두게 되는 근본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에 대처하는 대통령 자신의 논리에 수긍이 가는 점도 많다』면서도 『문제는 강경일변도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야당과의 대결구도를 국민과의 대결구도로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성향이 강한 국민회의의 한 초선의원은 특검제 도입 불가에 대해선 적극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단독 국정조사 강행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상적인 사고방식 아닌가』고 반문하면서도 『대통령의 뜻이라면 따라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여권내에 급속히 퍼져 가고 있는 자조적분위기의 일단을 표출했다. 국민회의의 한 부총재는 또다른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강경노선에 제동을 걸고 싶어 했다. 그는 『단독 국정조사를 강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본다면 단견』이라면서 『오히려 야당에 빌미를 제공, 정기국회 내내 야당이 이 문제를 붙들고 늘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정치개혁 협상인들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내친 김에 『정치개혁안의 단독처리론도 나오고 있지만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강공책의 근저에 「자존심」이나 「오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이 대통령의 상황판단에 정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같은 시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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