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북한영화의 이적성 여부를 따질 때는 국가질서에 대한 위협의도가 있는가에 따라 한정해서 해석해야 한다며 「꽃파는 처녀」등 대표적인 북한영화를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시수·金時秀 부장판사)는 14일 독일 유학시절 간첩 김모씨로부터 북한영화 비디오테이프를 넘겨받아 감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모(여·33)씨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취득·소지죄 부분에 일부무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북한영화중 이적표현물로 보아야 할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의도를 명시하고 있는 작품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악덕지주의 머슴살이를 하던 꽃분이의 오빠가 김일성이 이끄는 조선혁명군에 동참하자고 선동하는 내용이라고 검찰이 기소한 「꽃파는 처녀」도 주된 줄거리를 볼 때 일제치하에서 어렵게 살던 한 가족의 슬픈 역사와 가족애를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연법에 의한 상영보류 등과는 별도로 이러한 내용의 영화를 이적표현물로 규정해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에서는 또 「내고향의 처녀들」 「춘향전」 「설한령의 세처녀」 「소금」 「돌아오지 않는 밀사」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등도 이적표현물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탈출기」 「민족과 운명」 「이름없는 영웅들」 「조선의 별」의 경우,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 단체인 북한이 대남선전용으로 제작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적표현물로 분류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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