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일제히 농성을 시작했다. 16일부터 두 노총은 번갈아가며 총파업을 벌이고 거리시위를 한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노동계의 4·5월 총파업 투쟁이 사실상 실패한 한 달여전만 해도 그리기조차 힘들었던 풍경이다.5월초 「불법필벌(不法必罰)」의 정공법으로 서울지하철 노조를 앞세운 민주노총의 구조조정반대 파업을 「진압」했던 정부로서는 난감한 사태다. 『올해 싸움은 끝났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노동계는 정반대로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대악재를, 노동계는 최대 호재를 만난 셈이다. 그만큼 「노동정국」의 파고도 거셀 수밖에 없다.
이미 예고한 16일의 일일파업을 앞두고 한국노총은 발빠르게 파업명분을 구조조정반대에서 「파업공작 규탄 및 공작에 의한 구조조정 무효투쟁」으로 바꿨다. 26일부터는 내친김에 무기한 총파업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춘투실패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던 민주노총도 4·5월 투쟁실패를 지도부의 책임이 아닌 공안세력의 공작으로 밀어붙이며 17일 총파업 등 예의 강경카드를 다시 꺼냈다. 노동계는 이번 주중 파업과 시위를 통해 대정부 투쟁력을 회복하고 여론지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노정협상에서 구조조정철폐, 근로시간감축 등을 관철시킨다는 투쟁전술이다.
물론 파업유도 의혹의 폭발력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정부의 백기를 받아낼만큼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지, 또 그런 뒷심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도 이번 사건에는 절대적 수세지만 구조조정철폐 등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단호하다.
당장 민주노총은 17일 파업을 밀어붙일 주력노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간부는 『서울 지하철노조 파업참가자들이 대거 징계를 받으면서 조합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조합원에게 부담을 주는 파업전술보다는 농성 시위 등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비슷하다.
결국 노동계 움직임은 스스로의 동력보다는 정부의 태도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사건의 수습에 실패할 경우 파업 등 노동계의 항의자체가 정국불안의 뇌관으로 터질 것이다. 노동정국의 해결열쇠도 노동계가 아니라 정부가 갖고 있는 셈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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