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4일부터 「서해안 사태」에 대해 대대적인 안보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와 총재단 회의 브리핑을 통해 『영해를 침범한 적군을 향해 총 한방 쏘지 않는 군대가 세상 어느 나라에 있느냐』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4대 의혹을 합한 것보다 열배 백배 중요한 이 사태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변인은 『군이 이 지경에 된 것은 현 정권의 햇볕 정책 때문』이라며 『나라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한나라당이 8일이나 계속돼 온 북한의 영해침범 사건에 대해 뒤늦게 융단폭격을 하고 나선 것은 『4대 의혹 사건에 정신이 팔려 초동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체 반성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사건발생 이후 13일까지 근 일주일간 햇볕정책의 문제점과 안보불안 등을 지적하는 「원론」의 선을 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12일자 논평에선 해군 함정들의 「충돌작전」을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브리핑에선 같은 작전을 두고 『기껏 경비정 꽁무니나 들이받고선 「이순신장군 이래 두번째 쓴 위대한 작전」이라며 엉뚱한 자랑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이 사건이 4대 의혹 국정조사 및 특검제 정국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당 소속 국방위원들이 이날 오전 사건보고를 위해 당사를 방문한 박용옥(朴庸玉)국방차관 등 군 관계자들에게 「신(新)북풍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같은 우려의 다른 표현이다. 이총재는 『국민들은 여권이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명백한 침범행위를 월선(越線) 운운했던 초기대응책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침을 놓았다.
한나라당의 안보공세는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지나치게 정략적인 접근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안 자체의 중대성을 뒤늦게 인식한 것도 문제지만, 당리당략 차원에서 안보문제를 다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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