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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공직자 책임의 한계 '공직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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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공직자 책임의 한계 '공직의 윤리'

입력
1999.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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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F. 톰슨 지음, 황경식·정원규 옮김정책 실패나 부정부패로 공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는 사람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제정책 잘못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은 부인이 로비에 휘말렸다는 의혹을 안고, 또 부하 직원의 관리와 지휘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성추문으로 탄핵받을 위기까지 겪었다. 공직자들의 「부끄러운」 사임은 동서를 불문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여기에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몫이 크다.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책임 추궁하는 데는 늘 그들이 앞장서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공직자들이 어때야 하며, 그들의 잘못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런가? 시민들은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윤리의 원칙과 한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가?

사람마다 사태를 판단하는 원칙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공직의 윤리 기준이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또는 비판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공직자들의 잘잘못을 보는 눈은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의 윤리」(원제 「Political Ethics And Public Office」)는 정치와 행정의 이런 윤리적인 맥락을 짚은 책이다. 정책 결정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부도덕한 결정들, 비리가 밝혀진 뒤에도 조직의 베일에 숨어 부정을 감추려는 공직자 개인의 시도에 대해 「정치윤리학」이라는 엄밀성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은이 톰슨(하버드대 교수·정치철학)이 우선 지적하는 것은 「더러운 손」의 문제. 「더러운 손」은 좋은 정책의 결과를 낳기 위해 부도덕한 방법을 이용하는 공직자의 행위다. 지은이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려면 적절히 은폐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공직자들이 정당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해야 하고, 그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개인의 잘못을 조직의 잘못으로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공직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고, 그 논리에 휘말려서는 어떤 윤리적인 비판도 불가능하다는 점도 밝혔다. 공직자의 사생활 보호는 일반인과 다를 수 있고 그를 위해서 시민이 요청할 수 있는 사생활 공개의 범위에 대한 검토도 포함되어 있다.

공직의 잘못은 법이 가려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와 행정이라는 「불사(不死)의 조직」은 그들의 잘못이 법을 위배하는 정도까지는 공개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논리에 휘말리는 검찰, 비대칭적인 정보의 힘에서 오는 손쉬운 자기합리화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치 윤리에 대한 토론, 시민의 비판 정신은 그래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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