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의 「좌·우 판도」가 5년만에 뒤바뀌게 됐다.10~13일 유럽연합(EU) 15개국에서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는 예상을 뒤엎고 중도우파의 승리로 끝났다. 보수및 기독민주계열의 정당연합체인 유럽인민당(EPP)이 의석을 크게 늘려 다수당으로 부상했으며 사회주의계열의 유럽사회당(PES)은 참패해 제2당으로 밀려났다.
나라별로 볼때도 의석할당비율이 높은 독일과 영국에서 좌파정당이 대패하는등 전체 15개국중 11개국에서 좌파가 패배했다. 주요국중에서는 프랑스가 유일하게 기존의 좌파우위를 지켰으나 역내 전체에 좌파기운을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유럽연합 대부분 국가에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유럽의회는 우파가 주도권을 잡는 묘한 구도가 출현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의 패배는 저조한 투표율이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등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가에서 투표율이 40%를 밑도는 사상 최저를 기록, 좌파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유럽통합에 비교적 전향적인 프랑스 유권자들마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 이번 투표율이 94년 선거때에 비해 무려 7%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번 선거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특별한 이슈나 여론을 환기시킬 주요 정책적 쟁점이 두드러지지 않은데다 코소보사태의 와중에서 치뤄져 선거열기를 북돋지 못해 시종 맥빠진 분위기였다.
또한 자크 상테르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원들의 전원사임사태를 부른 지난봄 EU집행위 부정부패스캔들도 유럽의회내 기존 다수당(좌파)에 대한 불신임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국의 주류인 신좌파정권들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띤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유럽좌파의 전체적인 기운위축과 함께 일부국가들의 정책에도 영향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가령 영국에서는 유럽단일통화(유러)를 지지해온 집권 노동당의 패배로 유러가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마저 있다./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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