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이방인들이 우리의 근대화와 외세 수난의 과정을 어떻게 보았는지, 우리 시각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자연과 역사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 한 눈에 읽을 자료가 될 것입니다』건국대 신복룡(정치학)교수는 30년 가까이 매달려 온 번역 작업의 한 매듭을 최근 마무리지었다. 18세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국을 찾았던 서구의 여행가, 선교사, 의사, 탐험가, 외교관 등이 남긴 기록의 번역작업이다. 73년 헐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를 시작으로 틈틈히, 그리고 꾸준히 이 작업에 매달려 왔다.
지난해까지 출간되었던 10권 정도의 번역서에다 새로 번역 출간하는 책을 보태면 이번에 선집형태로 나올 「한말 외국인 기록」은 모두 19권. 이 가운데 14권이 나왔고, 나머지는 한 두 달 안에 추가해서 발행된다. 집문당 발행. 기록물 몇 종을 묶어 한 권으로 만든 경우도 있어 선집에 포함된 외국 기록물은 모두 22종이다. 서양인의 한국기록 서지 목록인 「서양인이 본 조선」에 따르면 17세기 중엽부터 49년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온 한국관계 고서는 188종. 이 가운데 학술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책을 모은 것이다.
『번역의 한계 때문에 주로 미국인과 영국인들의 기록이 많습니다. 독일인들의 책은 도움을 받아 몇 권을 옮겼고, 러시아쪽에서 나온 책들이 한국관련 고서의 30% 정도를 차지했는데 전혀 손을 대지 못해 아쉽습니다』 신교수는 하지만 영어권에서 나온 한국 고서들이 전체의 70% 정도여서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당시 정황을 이해하는데 크게 모자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집 가운데서 미국인 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고종의 밀사로 활약했던 헐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 영국 「데일리메일」 극동 특파원 매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 한국 역사를 기록한 미국인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을 중요한 기록으로 꼽았다. 또 마지막 권으로 나올 스웨덴 동물학자 베리만의 「한국 야생동물지」도 1930년대 중반의 한국의 식생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했다. 『당시 조류학자이던 창경원장이 알고 있는 국내 조류가 모두 150종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베리만이 1935부터 1년 여만에 국내에서 잡아 간 새의 종류만 180종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교수는 『서양인들의 시각에는 백인·기독교문명 우월주의가 깔려있지만 당시의 역사 정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읽을 수 있어 한국사의 안목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한말 서양인들의 기록은 한국사를 보는 시각을 넓혀줄 것』이라는 신복룡 교수. /신상순기자
책 이 름 지은이(발행 연도)
(1)대한제국멸망사 헐버트(1906)
(2)대한제국의 비극 맥켄지(1908)
(3)은자의 나라 한국 그리피스(1907)
(4)조선견문기 알렌(1908)
(5)전환기의 조선 게일(1909)
(6)한국독립운동의 진상 켄달(1919)
(7)한국의 독립운동 맥켄지(1920)
(8)청한론 데니(1888)
(9)묄렌도르프 자전 묄렌도르프(1930)
(10)하멜 표류기 하멜(1813)
(11)조선전 뒤 알드(1741)
(12)조선서해 탐사기 홀(1818)
(13)조선의 모습 켐프(1911)
(14)한국의 아동생활 와그너(1911)
(15)상투의 나라 언더우드(1904)
(16)조선풍물지 칼스(1888)
(17)서울풍물지 길모어(1892)
(18)조선비망록 샌즈(1930)
(19)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새비지_랜도어(1895)
(20)금단의 나라 조선 오페르트(1880)
(21)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비숍(1897)
(22)한국의 야생동물 베리만(1938)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