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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양김 화해론

입력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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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이 대권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때,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버팀목관계」라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서로를 받쳐주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쓰러지고 마는 불가분의 관계였기 때문이다.DJ없는 YS는 있을수 없었고, YS없는 DJ의 존재 역시도 상상할수 없을 정도였다. 시쳇말로 한 사람이 죽을 쑤면, 나머지도 약속이나 한듯 실수를 반복해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생존이 가능했을 정도로 상호보완적이었다. 두 사람이 집권을 향해 협력과 경쟁을 할때 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YS가 동물적 후각기능을 가진 탁월한 승부사였다면, DJ는 매사가 논리적이고 치밀한 지략가였다. 두 사람은 70년대 이후 한국정치의 꿈나무이자, 희망이었다. 특히 암울한 군사통치에 맞섰던 시절, 이들의 제휴와 동조가 뿜어내는 흡인력은 활화산처럼 힘이 있었다.

두 사람의 거주지 동교동과 상도동은 민주의 요람이자 성지였고, 억압받는 자들이 마음속에 그리는 등대나 다름없었다. 양 김의 정치역정이 바로 우리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영향력은 대중속에 크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지금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 30년 민주화투쟁 동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신의 정도가 극에 달한다. 서로 상대를 부담스런 존재로 인식하는 듯 하다.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무엇이 두 사람을 이렇게 갈라놓고 있을까.

이는 다름아닌 대권이라는 이름의 열매를 수확한 이후부터 생겨난 상대방 기피증이다. 먼저 집권한 YS가 DJ의 롤백을 한사코 저지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이번엔 우여곡절끝에 집권한 DJ가 YS를 애써 무시하는 것으로 앙갚음하는 형국이다. YS가 「역사 바로 세우기」명분으로 단죄한 전두환·노태우 두 군출신 전직 대통령에게 DJ가 우호적 제스쳐를 하는 것은 YS로서는 참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정희와의 역사적 화해는 YS의 심사를 더더욱 부글부글 끓게 만든다. DJ고립으로 요약할수 있는 3당합당때의 상황이 현재 YS앞에 전개되고 있다고 보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요인은 주위의 「입」이라고 한다. 환란수사와 경제청문회, YS차남 현철씨 사면문제등에서 생긴 오해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다.

급기야 두 사람간에는 『겨우 대통령 1년남짓 한 사람이 5년한 사람을 속이려 한다』로 까지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양 김 관계 복원을 바라는 사람들은 자천타천의 「입」대신 두사람 뜻를 진솔하게 전달할수 있는 대화채널의 복구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더이상 양 김의 관계가 이래서는 안된다. 「전직」과 「현직」차원 이상으로 두 사람의 존재는 우리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지역적 대표성 때문이다. DJ가 아무리 부산·경남지역에 가서 지역갈등 해소를 외쳐본들 YS와의 화해없이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양 김 화해론은 곧 지역대결구도의 청산을 의미한다. DJ가 「현대사의 통합자, 완성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적대적 관계가 유지되는한 「청산」은 요원하다. 양 김 화해는 바로 그 시작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두 사람의 반목으로 정치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안정은 기대할수 없다. 그들이 민주화를 위해 모든것을 내던졌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두 사람의 연대는 민주화세력끼리 다시 손을 맞잡는다는 명분도 뚜렷하지 않은가.

DJ가 서운하다고 다시 지역정치를 부추기는 것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YS가 얄밉다고 그의 존재를 애써 지우려는 시도 역시 잘못된 선택이다.

역지사지 자세로 두 사람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두 사람 모두의 승리는 다름아닌 「버팀목 관계」의 회복이다. 그래야만 역사는 아마도 이들 두 사람 모두를 승리자로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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