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이상 나는 대학생, 대학원생, 시간강사로 캠퍼스에 남아 있었다. 80년대 우리는 입학하자마자 「대학생되기」의식을 어렵게 치러야만 했다.이 와중에서 개인과 국가이익의 상충이나 집단과 집단간의 첨예한 갈등상황에 직면했고, 어떤 의사결정과 해결방법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토론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자신과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한 자아찾기 과정, 즉 자아정체감 형성을 돕는 교육적 환경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생들의 관심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와 「적응하기」에 집중돼 있다. 대학생들은 취업 잘되는 학과로, 학점을 쉽게 얻는 강좌로 몰리고 있고 취업 잘 시켜 주는 교수를 훌륭한 스승으로 알고 있다.
대학보다는 영어나 컴퓨터학원을 더 열심히 다니고, 전공서적 보다는 수험도서를 더 탐독한다. 하지만 비싼 사교육비와 귀한 20대를 소비하면서 갈고 닦은 영어와 컴퓨터 구사능력, 수험서의 지식암기는 성공적인 사회인의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다.
사회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업군이 가장 부패하다는 국민인식은 기능보다는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훨씬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최근 서울대 교육연구소에서는 서울대 의대생을 대상으로 「도덕적인 의사를 만들기」백신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것은 의대생들에게 의사들이 직면하는 갈등상황을 미리 제시해 주고 이 상황을 효율적이고 도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 주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변호사 회계사 검사 교사 공무원 회사원 등 모든 직업에 다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는 올바른 의사결정과 문제해결능력은 대학생들에게 사회에 대한 「적응」을 넘어서 사회를 「주도」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80년대 대학생들이 「대학생되기」와 같은 시행착오로 키워온 능력을 이제는 대학이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진 인재를 적절하게 평가해 선발할 수 있는 사회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또 급변하는 사회에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능은 각 직장이 스스로 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요즘 젊은 피를 목말라하는 것은 그들의 기능보다 판단력과 가치관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박종효 31·서울대 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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