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의 해」가 반년 가까이 지나는 가운데 지난 주말 「함께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건축가와 시민운동단체가 만난 이 모임은, 건축에서 미학적 요소를 중시하는 건축가와 건축을 통해 공동체운동을 펼치는 단체 간의 공통점과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70년대 이후 토지와 건축이 이윤추구의 주요수단이 되면서 마을의 전통적 성격과 아름다운 경관이 파괴되고, 미학적·환경적 고려 보다는 상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건물이 양산되어 왔다. 올해를 건축문화의 해로 정한 것은 건축에 대한 우리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불교환경교육원과 같이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여성건축가협회는 현재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함께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마을」이라는 주제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토론회에서 여성건축가들은 집과 건물의 담 없애기, 걷고 싶은 길 만들기, 시민을 위한 공공건물의 열린 공간 마련, 문화 화장실과 개성있는 발코니 만들기, 불야성을 이룬 상업지역과 무질서하게 들어서는 모텔에서 느끼는 시민적 분노 등을 이야기했다.
또한 우리의 80년대 이후 평균 주거이동률이 24%에 이르러 지역 공동체 의식이 깃들기 힘든 상황을 지적했다. 이는 평균 4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간다는 의미인데, 전통적으로 이주가 잦은 미국(16%) 보다도 높고 유럽(2%)의 12배, 일본(5%)의 4.8배에 이른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에서 참여한 시민운동가들은 수원·창원에서 주민과 지자체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아파트 벽화 그리기와 만들기, 서울 잠실3동 파출소 벽에 그림을 그려 권위적 이미지를 친근한 것으로 바꾼 예, 동네의 문화유적을 발굴하고 생태보전지역을 답사하며 많은 호응을 얻은 안양의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등을 소개했다.
참여자들은 일본에서 60년대 이후 개발업자의 「마을 부수기」에 맞서 진행돼온 「마을 만들기」를 자주 인용했다.
이번 행사는 건축문화의 해를 맞은 후 처음 마련된 관련 토론회였다. 그 결과 건축운동과 지역운동의 만남이 아름다운 국토와 정겨운 마을과 집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문광부가 정하는 「문화의 해」가 근년 들어 전체적으로 초기의 활력을 잃어가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지금의 무질서한 건축양태와 무책임한 행정에 비춰 올해의 의미는 각별하다. 올해를 건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혁신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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