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시민생활을 흔들고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이상난동·호우 등 기상이변에 따른 각종 기상재해로 국내에서 1,000여명이 사망하고, 총 5조여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내 기상이변 피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땜질식 복구」에 그쳐 오래전부터 기상이변 대책을 수립해 시행중인 선진국 따라잡기가 더욱 멀어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난화 현상의 가속화로 올 한해도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올들어서도 1~3월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폭설 눈사태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속출한 상태다. 기상청은 우리나라도 연중 기상이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4계절 파괴현상」이다.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돼 참개구리가 예년보다 한달가량 이른 3월12일 처음 출현했고, 3월초에는 전국 대부분 지방의 낮 기온이 4월중순 기온에 해당하는 20도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5월말과 6월초도 30도 안팎의 고온을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일찍 엄습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 여름 장마는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게 진행되고, 강수량 또한 예측이 어려우며 가을에도 혹서(酷暑)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기상이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90~98년 기상이변으로 인한 우리나라 피해 규모는 총 4조9,94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1,335명이 사망하고 34만5,1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연평균 148명의 아까운 생명이 기상재해로 목숨을 잃고, 3만8,000여명의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빼앗겼으며 5,5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특히 엘니뇨와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가 극성을 부린 지난해의 경우 재산 피해액은 무려 1조5,800억원으로 나타나 건국이래 최대 피해를 냈다. 이 액수는 90년대 전체 피해액의 32%에 해당한다.
피해 규모로는 공공시설이 가장 많은 75%(1조2,200억원)를 차지해 정부가 기상이변에 가장 무관심하거나 무대응한 조직임을 입증시킨 꼴이 됐다.
기상이변은 건강·환경 등 무형의 「자산」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관계자는 『기상이변은 연료용 삼림벌채 등에 따른 사막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동·식물 멸종을 유발해 자연환경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심장병 및 일사병, 각종 전염병이 늘고 겨울철 호흡기 계통의 질병과 사망률 증가도 야기시킨다고 경고했다.
문승의(文勝義)기상청장은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Y2K 못지않게 기상이변으로 야기되는 경제적 피해를 막을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강인식(姜仁植)교수는 『기상재해 피해규모에 대한 총체적 분석 및 평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은 기상이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예방투자를 하는데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교수는 또 정부내 기상 및 재해 관련 조직의 효율적 정비와 국가기후법(가칭)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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