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운명은 연정구성에 달렸다」44년만에 치러진 인도네시아 자유총선의 개표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이후 연정구성을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총투표수의 25%가량이 개표된 13일 현재 정권창출을 목표로 연정파트너 물색에 돌입한 두 축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PDIP)과 집권 골카르당.
PDIP는 현재 38%를 득표, 골카르당을 두배 차이로 따돌리며 선두를 달리고 있어 30여년만에 민주정부 구성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상 단독으로 11월 대선에서 정권창출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최종적으로 40%(200석 가량)를 획득하더라도 700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선거인단인 국민협의회(MPR)의 가결정족수인 3분의2인 460여석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PDIP가 집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정구성이 불가피하다.
PDIP의 연정파트너로는 압둘라 와히만이 이끄는 회교정당인 국민각성당(PKB)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PKB는 현재 득표율 2위(19%) 정당. 그러나 PKB는 공식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연정이 구성될 경우 대통령 후보로 나설 메가와티가 여성인 점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이스가 PDIP에 공식적으로 연립정부 구성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주정부에 광범한 자치권 부여 등 PDIP 정책과는 거리가 먼 요구 조건을 들고나와 성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골카르당의 도전도 집요하다. 골카르당은 현재 16%정도로 고전하고 있지만 현재 5위를 달리고 있는 개발통일당(PPP)과 연정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PPP의 득표율은 고작 9%에 불과하지만 골카르당의 계산은 딴 데 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이 MPR 의원 가운데 군부 및 직능단체 대표 등 100여명을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20%(100표 가량)를 획득하더라도 사실상 40%를 획득한 PDIP와 같은 수준에서 출발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PKB의 선택여부에 따라 민주주의의 새 지평과 집권연장으로 갈리게 됐다. 물론 총선 득표율의 약10%의 차지하는 나머지 43개 정당의 거취도 주요한 변수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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