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급회담 수용과 차관급회담 전망 -북한이 북방한계선(NLL)문제와 관련해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을 수용함에 따라 이번 사태는 「회담 의제」로 전환되는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이 회담 국면으로 선회하는 배경에는 장성급 회담을 통해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는 것과 함께 21일 열리는 베이징(北京) 차관급 회담을 입맛대로 요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우리측 분석이다.
북측이 11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 강경보수 세력들의 비호밑에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 영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대적(對敵)개념을 미국과 남한으로 양분한 것도 유엔사와의 장성급 회담과 남한과의 차관급 회담이라는 이중(two-track)회담 방식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사태를 베이징 회담의 「꽃놀이패」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NLL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 논의의 수위조절용으로 활용하는 상황이 상정될 수 있다.
이산가족 시범사업의 세부내용과 규모, 시기를 협의하면서 NLL카드를 꺼내 시범사업 축소, 시기 지연 등을 유도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남북이 내막적으로 합의한 고위급(장관급 또는 총리)회담 개최 등에 대해서도 「사정변경」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협상술은 회담전 의제의 초점을 흐리는 북의 상용 수법이다.
다음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한다는 남북 예비접촉의 합의를 깨고 NLL 문제를 들고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상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남북의 합의도출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NLL 문제가 정전체제와 직결된 군사적 성격이어서 차관급 회담과 격이 맞지 않는데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사전조치로 우리측 비료지원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이번 사태를 남한의 영해침범으로 몰면서 군사적 충돌에 따른 피해보상, 북측어민피해 등을 요구하는 억지논리가 동원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중인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 논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산가족 문제 협의전 NLL침범관련 의제의 상정을 원천봉쇄할 방침이다.
또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논의후 「상호관심사」의 하나로 NLL 문제를 끄집어낼 경우, 이 문제를 다룰 남북군사공동위를 열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도 준비중이다.
우리측은 군사공동위 가동은 기본합의서 이행체제의 핵심적 사항인 만큼 경계선 문제 뿐만아니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전반적 사항도 함께 다루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마련중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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