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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르포] 하루 2~3억씩 손해 관광객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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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르포] 하루 2~3억씩 손해 관광객도 '뚝'

입력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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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황이 좋아 지난해에 비해 수입이 두배 이상이었습니다. IMF로 진 빚도 조금 갚겠다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북한경비정들의 서해영해 침범으로 군사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13일 서해안 최북단 인천 옹진군 연평도엔 팽팽한 긴장과 함께 생계수단을 잃은 주민들의 탄식이 교차됐다. 1,300여명의 주민은 『이러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기는게 아니냐』고 우려하면서도 유일한 생계수단인 꽃게잡이 출어포기로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멀리 보이는 해안선에는 작전중인 군함 10여척이 북측 경비정과 대치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리 어선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경비정의 호위를 받고 있는 북측 어선 12~13척이 연평도 7~8마일 해상까지 접근해 신바람난 듯 꽃게를 건져올리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만 해도 한창 물이 오른 꽃게와 함께 만선의 기쁨을 실어 오던 연평도의 어선 70여척은 물빠진 당섬선착장 갯벌 위에 덩그러니 묶여있어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냈다.

어민들은 지난 7일 북한경비정이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 완충지역에 출몰한 이후 일주일째 정상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평균 손실액은 2억~3억여원. 벌써 20여억원의 손해를 입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해군이 11일부터 오전7~오후7시까지 일부지역에 한해 조업을 허용했지만 정작 꽃게가 잘 잡히는 곳은 작전지역이라 조업이 금지됐다. 이 때문인지 꽃게잡이 어민들은 이날부터 『지금 출어해봐야 기름값도 못 건진다』며 전면 조업거부에 들어갔다. 주민 50여명은 이날 마을회관에 모여 군 보호아래 꽃게가 많은 조업구역에서 꽃게잡이를 허가해주거나 어업제한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거나 조업을 못한 기간만큼 조업시기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신승원(62·연평도 어민회장)씨는 『우리 부모님은 꽃게를 팔아 나를 키웠고 나 역시 꽃게를 잡아 세 아들을 길렀다』며 『북한 어민은 경비정 호위까지 받으며 완충구역까지 내려와 꽃게를 잡는데 우리 군은 작전지역이라며 쳐놓은 그물도 건지지 못하게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율(42)씨는 『올해는 꽃게 호황에다 가격까지 좋아 모처럼「대박」을 터뜨리나 했는데 무슨 난리냐』며 한숨지었다. 홍준표(76)씨도 『북한경비정출현으로 배 한척당 하루평균 500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통제지역엔 개당 700만원이 넘는 어망만 800개 이상 쳐놓았다』며 『요즘은 수온이 높아 그물에 걸린 꽃게는 하루만 지나도 죽어버린다』고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북한어선이 내려오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꽃게가 잡히는 3~6월 이 섬의 8개 여관은 늘 관광객들로 가득찼지만 지금은 취재진만 묵고 있을 뿐이다./연평도=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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