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조사싸고 타협없는 소모적 기싸움만 -여야가 국정조사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국주도권확보를 위한 소모적인 기세싸움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권은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이고 야당은 국정조사대상에 「옷사건」의혹 등을 포함시키고 이참에 특검제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정작 검찰의 조폐공사파업유도설의 진상규명은 뒷전으로 밀려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여권 "협상 실패하더라도 단독국정조사 강행"
여권에서는 지난주 중반이후로 「여야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초강경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과 손세일(孫世一)총무 등 국민회의 지도부는 협상이 진행중임에도 「단독 국정조사 불가피론」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도부의 「속전속결식」 발상에 대해선 당내에서 조차 『아직도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짚지 못한 채 독선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3일 『결과적으로 정권의 치부일 수도 있는 문제를 다루면서 여권이 단독으로 하겠다면 국민들의 불신을 걷어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 지도부가 단독국정조사불가피론을 펴는 것은 한나라당이 「조폐공사 파업유도설」 진상규명보다는 정국주도권확보를 위한 정치공세에 더 치중한다고 보기 때문.
그러나 여권이 단독 국정조사를 강행하는 순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당안팎 비판론의 핵심이다. 「고가옷 로비의혹」사건 등에서 검찰의 수사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민심이 여권 단독 조사의 객관성을 과연 믿어주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볼 때도 여권의 단독 국정조사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여권은 당면한 노동계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시급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노동계 등에서는 이러한 여권의 의도를 「진실은폐 기도」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판론은 또 「조폐공사 파업유도설」에 대한 진실규명은 여론의 지원을 받았던 「경제 청문회」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당 '특검제+2국정조사' 마지노선
국정조사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한결 느긋하다. 『여론이 우리편이니까 느긋하게 즐기면 된다』 『공세를 계속해 16대총선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해야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의원들 사이에서 어럽지않게 들을 수 있다. 국민의혹 해소보다는 이들 호재를 이용, 정국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속내가 짙게 배어있는 말들이다.
여야 대치전선에서 한나라당은 외견상 분명한 마지노선을 그어놓고 있다. 「특별검사제+2 국정조사」다. 「조폐공사 파업유도」뿐 아니라 「옷 뇌물」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4대의혹 국정조사」요구를 수정, 11일 타협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선』임을 13일에도 거듭 확인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우리가 고지에 올라와 있는데 무엇때문에 양보하는가』라고 말했다. 당의 요구가 「국민 눈높이」보다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국정조사 요구대상을 최대한 넓혀잡고, 중간에 특검제 요구까지 추가한 것은 아무래도 정략적 판단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 당직자는 『무작정 버티는 여당도 문제지만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야당도 잘못이라는 비판이야말로 무책임한 양비론』이라고 말하면서도 『문제를 오래 끌 경우 자칫 국민들의 비난이 정치권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여당이 「조폐공사 파업유도」만을 대상으로 단독 국정조사에 나설 경우에는 한나라당도 외길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내 투쟁은 물론 장외규탄대회도 불사할 태세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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