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보트"러시아 관할권 가질 수 있다" 언급-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앞질러 코소보에 먼저 발을 디딘 러시아의 도박은 일단 성과를 거두게 됐다.
스트로브 탈보트 미 국무부 부장관은 13일 코소보평화유지군(KFOR) 지휘권 단일화 문제와 관련, 『러시아는 코소보에서 책임한계가 명백한 지역을 관할해야 한다』고 언급, 러시아에 코소보 일정지역을 할당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미·러 외무장관회담 결렬 뒤 귀국하려던 탈보트가 러시아군의 코소보 파병 소식을 들은 뒤 공중회항, 재개된 회담에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앞서 보스니아_헤르체고비나 주둔 국제평화유지군(SFOR) 소속 러시아군 200명은 12일 새벽 가장 먼저 진주하려던 영국군보다 몇시간 앞서 코소보에 전격 진입, 나토의 의표를 찔렀다.
탈보트는 특히 『관할구역중 남부지역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의 북부지역 관할권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암시했다. 결국 과감하게 병력을 몰아붙임으로써 국제사회에 「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북부지역을 점령, 관할권을 쥔다는 러시아의 계산이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코소보를 나토 참여국과 러시아가 책임을 맡는 4개 「책임구역」으로 나눈 뒤, 이중 세르비아인 밀집지역인 북쪽을 독자적으로 맡을 것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가 북부를 관장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남북분단」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진입은 45년 2차대전 말기 영국과 러시아가 베를린 진입을 두고 벌인 경쟁의 재현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동서로 나뉜 베를린이 반세기에 걸친 냉전의 전주곡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코소보를 남북으로 갈라 놓음으로써 나토 또는 미국과 러시아간 대치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군대로 둘러싸인 고향으로 가기를 꺼리는 난민들의 귀환 포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자원이 풍부한 북부지역을 세르비아계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KFOR 지휘권 단일화 문제와 관련, 이견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관할구역의 지휘권 논란은 또다른 「뜨거운 감자」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을 마친 뒤 탈보트는 『러시아군의 KFOR 참여형식과 실질적 의미는 협상과제』라고 밝혀 KFOR 지휘권 단일화 협상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내비쳤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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