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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경명철 KBS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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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경명철 KBS주간

입력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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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쇼 오락 연예 교양프로 제작진의 사무실이 밀집한 KBS 신관 6층. PD 작가 출연자 연예인 매니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분주한 사무실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깡마른 경명철(46)주간. 4일 오후2시 그를 찾았을 때는 신설 코너에 대해 후배 PD와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아이디어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대안을 제시하니, 후배 PD가 15분간의 싸움에서 맥없이 두손을 들었다.다시 그를 찾은 9일 오후 4시.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고 있다. 『출근할 때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방송 소재로 활용하면 좋겠다 싶어 구상중이다』고 했다. 언제나 손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

경주간을 가리켜 PD들은 KBS를 벌어 먹여 살리는 사람이라고 농담한다. 봄철 프로개편 전까지만 해도 「이소라의 프로포즈」역시 그가 담당했던 프로였다. 현재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남희석 이휘재 한국이 보인다」 「코미디 세상만사」 등 소위 「잘나가는」 프로 5개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쇼 연예프로에서 잔뼈가 굵었다. 78년 입사, 「가요 대행진」 「100분 쇼」 조연출(AD)로 시작, 21년 동안 「출발 동서남북」 「전국 노래자랑」 「가요톱 10」 「쇼 특급」 「가요무대」 「빅쇼」등 굵직굵직한 가요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PD가 된 이유는 참 엉뚱하다. 『77년 고대 신방과를 졸업한 뒤 광고사에 취직했는데 광고 테이프를 방송사에 가져다 주면 PD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등 고압적인 자세였다. 도대체 PD가 뭐길래 저런가 싶어 다음해 시험봐서 PD가 됐다』

경주간은 동기중 가장 빨리 승진중인 사람중 하나. 입사 13년만에 차장으로 승진한 뒤 3년 3개월만인 94년 부장으로, 그리고 올 3월 부국장으로 한 계단 승진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프로를 잘 만든 것이지만 무엇보다 참 성실하고 부지런한 것도 한몫했다. 「빅쇼」 연출할 때의 일화. 『윤형주와 송창식이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좀처럼 함께 무대를 서려고 하지 않아 PD로서 자존심을 꺽고 한달간 두사람 집과 공연장을 오가며 설득, 겨우 출연시켰다』 고 회상한다. 또 『너는 패티김과 이미자를 함께 출연시킬 능력도 없냐?』 는 상사의 핀잔에 오기가 발동, 두달에 걸친 노력 끝에 두 대형스타를 한무대에 서게 한 일도 있다. 경주간은 『대형 스타들은 한 무대에 함께 서지 않으려고 한다. 이럴 때는 장시간 성실하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며 섭외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유명 PD들이 경험했던 쓰라린 좌절도 겪었다. 92년 심혈을 기울인 「쇼 파노라마」가 눈길을 끌지 못한 채 두달 만에 중도하차 한 것. 『충격이었다. 자존심이 상해 사표도 생각했다. 실패 원인을 생각하니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유혹이 많은 쇼 프로 PD다. 김재형 PD사건이 불거진 이틀 뒤인 9일 경주간은 『PD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선 PD들은 힘들어진다. 아무리 법과 사규가 있더라도 자신을 지키려는 PD 개인의 양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서른여섯,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보수적이어서 남자가 집을 장만할 때까지 결혼 할 엄두를 못냈다. 입사 10년만에 1,000만원을 모으고 언론인금고에서 1,000만원을 융자받아 집을 샀다. 그리고 해직기자 출신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언론사에 일한 적 있는 아내여서 비교적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 준다고 했다.

앞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경주간은 『늘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공부하는 PD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후배 PD들이 명심해 줬으면 한다는 말로 두번에 걸친 인터뷰를 끝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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