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소보의 정치지도력 공백을 메울 것인가. 10일부터 떠나기 시작한 코소보 주둔 유고군의 공백은 코소보평화유지군(KFOR)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유고군의 철수는 군사력 뿐만 아니라 세르비아의 지도력도 더이상 코소보에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코소보에 민간임시정부를 두기로 했지만 이 정부를 누가,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코소보에 자치권만 부여한 채 세르비아 공화국의 일부로 놔둘 것인지, 독립을 허용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포성은 멈췄지만 코소보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을 푸는 열쇠는 앞으로 수주일안에 구성될 민간임시정부의 지도력을 차지할 인물이 쥘 가능성이 높다. 지도자는 일단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단계에서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은 올해 53세의 이브라힘 루고바 코소보민주동맹(LDK) 당수. 비폭력투쟁을 고집하는 루고바는 92년과 98년 지하선거로 치러진 코소보 대통령 선거에서 연속 당선됐고, 독일의 코소보 임시정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코소보 독립보다는 자치에 무게를 두었고 나토의 공습 직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면담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 코소보해방군(KLA) 등 강경파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코소보의 떠오르는 지도자로 불리는 하심 타치(29) KLA 대변인은 올해 3월 KLA가 알바니아에서 구성한 임시정부의 총리지명자. 학생운동권 출신인 타치는 93년 KLA 출범과 동시에 합류한 뒤 세르비아측의 대공세로 KLA가 궤멸위기에 빠졌던 지난해 여름 조직재건에 성공하면서 KLA의 1인자로 부상했다.
타치는 루고바와는 달리 코소보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고집해온 강경파. 랑부예 협상 당시 코소보의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 한 협상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자신이 서명하면 나토의 공습이 확실한 상황으로 변하자 서명하는 기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알바니아주의를 주창하며 지난해초 결성한 통일민주운동(UDM)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렉셰프 코샤(62)도 주목할 인물. 루고바, 타치와 함께 랑부예 협상에 참여했던 코샤는 알바니아와 세르비아 및 마케도니아 지역의 알바니아계를 한데 묶어 새로운 대알바니아를 창설하자는 강경 민족주의자. 이같은 노선으로 인해 루고바와는 여러차례 충돌했고, KLA와는 연계고리를 갖고 있다.
이밖에 루고바의 비폭력주의를 줄기차게 비판하며 27년간의 옥고를 치른 공산주의자 아뎀 데마치와 독일의 임시정부를 이끌어온 부자르 부코시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나토측은 코소보의 평화를 위해서는 독립보다는 자치권을 갖되 세르비아의 일부로 남아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온건파인 루고바조차 최근 프랑스의 한 주간지와 가진 회견에서 KLA의 주장을 수용, 『코소보의 세르비아계를 포함한 다민족 독립국가를 지향한다』고 밝혀 나토와 코소보의 새로운 지도세력간의 충돌도 예상된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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