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취임직후 이렇게 검찰을 격려했던 김대중대통령은 「파업유도」 파문에 검찰을 질책하면서 거듭 이 말을 되뇌었다.지금 검찰과 권력에는 다시 없는 「명언」이다. 검찰은 국민의 정부에서도 바로서기는 커녕 잇단 파문속에 비틀거리다가 마침내 주저앉았다. 오늘 검찰의 모습은 『국민의 발길질을 받는 거리의 깡통으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전직 검찰 간부에게서 나올 정도다.
조직의 논리에 충실한 검사들은 지나친 매도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는 발길질에 머물지 않는다. 찌그러진 깡통속을 뒤집어 썩은 오물을 남김없이 씻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냉엄한 여론의 심판대앞에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검찰의 행적을 모두 더듬어 숱한 굴곡과 과오를 일일이 비판하거나 반성할 여유는 지금 없다. 당장 공권력의 정당성을 부정한 「파업 유도」 발언의 진상을 밝히는 일이 급하다.
이 일마저 다시 그르친다면 검찰은 미래가 없다. 참담하게 일그러진 검찰상을 바로 잡을 수 없고, 이 지경에 이르도록 조장한 권력도 국민의 믿음을 되찾을 수 없다. 그것은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이런 까닭에 검찰이 진상 규명을 국정 조사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검찰이 진정 바로 서려는 각오라면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고 잘못을 질정해야 한다. 국정 조사의 실효성을 회의하거나 정치권의 정략을 우려해서만은 아니다.
전·현직 검찰간부들이 청문회 증언대에 올라 구차한 변명을 하고, 국법질서의 수호자 검찰의 권위가 능멸당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검찰 스스로 국민을 두렵게 아는 공복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각오와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다가 대통령이 장관을 경질하고 진상 규명을 지시하자 태도를 바꿨다.
이래서는 검찰이 국정조사에 성심껏 응하겠다는 다짐도 국민에겐 공염불로 들린다. 공안부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혐의가 명백하고, 거짓이라면 검찰조직의 명예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다. 당연히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가려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도 법치국가의 원칙만을 좇는 검찰이다.
검찰에 그나마 애정이 남은 이들은 『진정 몸을 낮추고,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금욕적 자기반성으로 거듭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충정어린 고언은 검찰이 이제 성역이기는 커녕 종교적 참회마저 필요한 처지에 있음을 일깨운다. 스스로 과오를 밝히는 「고해」만이 검찰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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