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1일 각의에서 「히노마루(日ノ丸·일장기)」를 국기로, 「기미가요(君ガ代)」를 국가로 정하는 국기·국가법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했다.그동안 참의원 과반수의 관건을 쥔 공명당의 태도가 불분명해 다음 회기로 미뤄질 듯 하던 상황이 급전한 것이다. 공명당이 연립정권 참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기중 통과는 거의 확실하다.
법안은 「국기·국가에 대한 존중 의무」를 못박지 않아 겉으로는 교육현장과 일부 국민의 거부감을 충분히 고려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과 속뜻을 살피면 결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법이 아니다.
법제화 논의의 애초 출발은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종용하는 문부성의 「지도」에 교원노조가 반발, 자살까지 부른 교육현장의 갈등이었다. 교원노조는 그동안 이에대한 근거를 반대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되면 이런 반발은 어려워 진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기미가요에 대해서는 「현대 민주국가의 국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자층의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마약·총기 범죄 단속을 위해 도청을 허용한 「도청법안」이 그렇듯 과거 같으면 수년간 논란이 됐을 중요 사안들이 구렁이 담넘어 가듯 은근슬쩍 처리되는 것이 일본 정치의 현실이다.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국민의 눈이 무서워 국회에 내놓을 수조차 없었던 문제들이 지금은 국민의 무관심을 틈타 너무나 쉽게 처리되고 있다.
이런 사안들이 한결같이 일본 우파의 오랜 숙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마 초입의 찌푸린 하늘 아래 도쿄(東京) 도심을 흔드는 우익단체 가두선전차의 「헌법 폐지」구호가 새삼스럽게 귀를 파고 드는 나날이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