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몰 솔져와 인스팅트 -할리우드가 감추지 못하는 자기 자랑 두가지. 「정의」와 「휴머니즘」이다. 그런데 그 정의라는 것이 뭔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집단에 대한 응징. 월남전에서는 융단폭격을 하고 영화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화산폭발 속에서 여러명이 생명을 무릅쓰는 휴머니즘인가? 그리고는 가슴벅차해 한다.
장난감이라고 다를까? 컴퓨터그래픽으로 생명을 불어넣고는 전쟁을 만들고,평화를 사랑하는 약자에게 손을 들어준다.
「스몰 솔져」(12일 개봉)는 스필버그의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나고, 「주라기 공원」을 만들었던 ILM의 컴퓨터그래픽이 그것을 얼마나 기발하게 표현하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장난감이 CF에 나오는 것처럼 움직이며 싸울수 있다면.
군사용 인공지능칩(X_1000)이 있다. 그것을 내장한 특공부대 코만도 엘리트 인형들. 영구적 수명에 학습 능력까지 갖춘 그들이 모여 「맥가이버」처럼 일상용품으로 자유자재의 무기를 만들어 떠돌이 인형 고고나이트와 그를 아끼는 소년 앨런(그레고리 스미스)의 가족까지 공격한다.
못생기고 약한 자에게 정의를 부여한 것은 「개미」의 연장선이고, 인형의 악마성은「그렘린」을 닮아있다. 감독이 바로 「그렘린」의 조 단테이고 그가 스필버그를 스승으로 모신다는 사실을 알면 수긍이 간다.
실사(배우 출연 영화)와 3차원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자랑하면서도 고고나이트의 고향찾아가기를 통해 반문명적 세계관에 기우는 단순하지 않은 오락영화.
보기에 따라 호기심에서 생명 창조론까지 폭넓게 읽히는 영화지만 결론은 예의 스필버그식 휴머니즘이다. 말썽꾸러기로 찍힌 앨런과 고고나이트의 「ET」같은 우정, 인간의 감정까지 이해하게 되는 인형, 그 인형의 희생정신이다.
할리우드는 반문명적인 것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주장한다. 「인스팅트」(감독 존 터틀타웁·12일 개봉)는 그것을 고릴라의 세계에서 찾고자 했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파월(앤서니 홉킨스)이 아프리카에서 종적을 감춘 뒤 4년 만에 르완다 경비병 살해범으로 돌아온다. 심리전을 펼치며 그의 행적과 사건의 내막을 캐는 정신과 의사 콜더(쿠바 구딩 주니어).
영화는 처음부터 「양들의 침묵」 냄새를 지우지 못한 백발의 앤서니 홉킨스1인극이다. 영웅담처럼 늘어놓는 그의 과거지사는 통제없는 자연과의 교감과 친화에 대한 강조. 밀림의 자유와 인간을 받아들인 동물(고릴라)의 고귀한 사랑을 영화는 인간통제의 상징인 교도소와 대비시킨다.
그리고는 파월과 콜더에게 그 통제의 벽을 하나하나 부수는 역할을 맡긴다. 이런 카우보이식 행동 뒤에 남는 메시지는 『자유는 꿈이 아니다. 벽(통제)뒤에 있다. 인간세상에도 존재한다』는 것. 할리우드의 오만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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