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의 「Love Me Tender」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후 또 다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음반처럼 간직하는 비디오들은 따로 있다. 한두곡만 좋아서는 이들의 목록에 끼일 수 없다.「비밥의 아버지」 찰리 야드버즈 파커를 열렬히 흠모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그의 인생을 그려 헌정한 「버드」(Bird). 생전 자신에 관한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았던 기인 파커의 일생을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했다. 미망인이 갖고 있던 테이프 등에서 따낸 생생한 파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무대에서 T.S. 엘리어트의 시를 낭송하거나 때론 바지를 벗고 자위행위를 하는 등 파격과 기행으로 일관했던 전설적인 뮤지션 짐 모리슨의 짧은 일대기를 그린 「도어스」(Doors)에는 그의 대표적 노래인 「Light My Fire」 등이 실려있다. 영화에서는 모리슨의 여자 친구로 나오는 무명 시절 얼떨떨한 모습의 멕 라이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50년대 록큰롤을 듣고 싶다면 짐 백브라이드 감독, 데니스 퀘이스,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열정의 록큰롤」(Great Balls Of Fire)이 좋다. 그룹 비틀스의 요절한 초기 멤버 스튜어드 서트 클리프의 이야기를 통해 비틀스의 기원을 밝혀낸 이언 소프틀리 감독의 「백비트」(Back Beat)도 마니아들에겐 인기.
뉴올리언스 뒷골목 트렘펫 연주자를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 예술인의 고뇌를 담은 「모 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는 지금은 흥행배우가 되어 매력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당시 스파이크 리 감독의 주요 출연자였던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삼류 뮤지션인 형제(제프, 보 브리지스 형제)가 콜걸 출신 여가수(미셸 파이퍼)와 만나면서 드러나는 형제간의 갈등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그린 「사랑의 행로」(The Fabulous Baker Boys)는 드라마로서의 탄탄한 구성과 미셸 파이퍼의 「Makin' Whoopee」, 「My Funny Valentine」 등의 노래가 듣기 좋다. 주요 음악은 모두 데이브 그루신의 작품.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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