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전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발언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한 검찰이 사건발생 사흘이 지나면서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검찰은 9일자로 일선 검사장들이 부임한 것을 계기로 국정조사 준비 등 본격적인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이와 관련, 검찰은 10일 진 전부장 발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와 별도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공안부 검사들을 상대로 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는지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김태정(金泰政)당시검찰총장에게 이를 보고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당시 관련자료를 빠짐없이 챙기는 한편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련자 증언에 적극 대비키로 했다. 검찰은 97년 한보사건 등 특정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직접 사건 당사자로서 국정조사를 받게 되기는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검찰간부들이 줄줄이 국정조사 증언석에 불려 나가 「공작」의혹을 추궁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앞으로 법집행기관으로서 검찰의 권위가 서겠느냐』고 우려했다.
검찰은 지검 차장검사 이하 중간간부의 후속 인사도 장관 교체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11일께 단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태정장관 취임이후 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진형구 발언파문, 장관교체 등 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거의 3주 가까이 표류상태였다.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해 이처럼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겠다는 것이다.
일선 검사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국가 중추기관인 검찰조직이 몰매를 맞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검사는 『사정의 중책을 맡고 있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잘못은 꾸짖고 바로잡되 감정적으로 검찰을 매도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들은 이날 오후 5시 청와대의 긴급 호출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했다. 대통령이 검사장들을 인사 직후 모두 소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면담이 끝난 뒤 한 검사장은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검찰의 기강해이에 대한 질책과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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