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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파괴] 속살이 그대로... 신음하는 자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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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파괴] 속살이 그대로... 신음하는 자병산

입력
1999.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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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서 지리까지 산으로 산으로 이어지며 우리 민족과 영욕을 함께 했던 백두대간. 한강 등 큰 강이 발원하고 우거진 숲속에서 각종 야생동물이 뛰어노는 한반도의 허리뼈이자 국토의 허파. 그러나 요즘의 백두대간은 이런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와 정선군 임계면 사목리 경계에 위치한 자병산(紫屛山·높이 872.5m)은 그중에서도 상태가 매우 심각한 곳이다.

RH시멘트(옛 한라시멘트)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취하느라 산 꼭대기에서부터 아래쪽까지 모조리 파헤쳐놓았기 때문이다.

다른 시멘트회사도 산림을 훼손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곳은 백두대간에 위치한데다 산이 완전히 제 모습을 잃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되고있다.

현재의 자병산은 털 벗긴 닭처럼 푸르게 우거졌던 숲은 거의 다 사라지고 대신 하얀 석회석과 암반이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그 사이사이로 트럭과 지게차가 황폐화한 산자락을 오르며 석회석을 운반하고 있다.

RH시멘트는 85년 옥계면에 공장을 세운 뒤 본격적인 석회석 캐기에 나섰다. 지금은 자병산 자락의 80㏊에서 연 900만톤 가량을 캐내고 있으며 올들어서는 정상부에서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작업으로 산 높이가 10m 가량 낮아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상부에는 폐석이 많기 때문에 50m 정도를 걷어내야 석회석을 캐낼 수 있다』며 『석획석 캐기 작업이 모두 끝나면 산이 200m 가량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병산은 지형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원래 이곳은 지도에 임계카르스트 지형으로 표기될만큼 카르스트 지형의 여러 특징이 발달한 곳이다. 그러나 석회석 캐기로 이같은 특징은 모조리 사라졌다. 800m지점에 있던 고산 습지 2곳도 흔적이 없어졌다. 이 습지에는 고로쇠나무 오리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키버들 꼬리조팝나무 등이 모여있었다.

이곳은 또 우리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이 매우 많은 곳이었다. 전남대 임형탁(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자병산에는 30종의 우리나라 특산식물이 살고있다. 두타산(1,352.5㎙) 청옥산(1,255m) 등 인근 큰 산의 특산식물이 15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식물상이 매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중 금강애기나리 솔나리 지리바꽃 한계령풀 산개나리 분취 등 10종은 환경부가 특정야생식물로 지정한 것들이다. 한계령풀은 1,000㎙가 넘는 낙엽수림에서 주로 발견되나 이곳에서는 660m 정도의 낮은 곳에 군락을 이루고있으며 산개나리는 강원도에서 이곳에서만 발견됐다.

김원기(金元起) 백두대간보전회 회장은 『제대로 생태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됨으로써 희귀식물들이 상당수 훼손됐다』고 말했다.

더욱 큰 걱정은 자병산 훼손이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김원기 회장은 『석회석을 캐는 곳이 지금의 장소에서 그치지 않고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는 현재 작업중인 곳의 매장량이 7,000만톤에 불과, 8년 뒤면 더 이상 캐낼 것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RH시멘트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시멘트 캐기 작업을 시작했을때만해도 백두대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며 『석회석을 캐야하는 시멘트 산업의 특성상 산림의 훼손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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