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역구를 찾은 경북지역 지구당위원장 L씨는 각종 모임의 금품 제공 요구가 쏟아져 골치가 아팠다. L씨는 『계모임 향우회 동창회 종친회 직능·사회단체 등 10여개 모임에서 10만~30만원씩의 찬조금을 요구해 들어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보선에서 당선된 한 의원은 『선거 당시 한 노인이 전화를 걸어 「친구 30명과 함께 있으니 와달라」고 해서 가봤더니 불과 세사람이 앉아 있었다』며 『그 노인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사하고 갔다고 거짓말을 하며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최근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국회를 찾은 지역구민들로부터 혼쭐났다. 지역 주민 50여명과 함께 국회 관광에 나선 한 정당인이 『왜 국회 정문 앞까지 나와 기다리지 않았느냐, 대접이 겨우 이 정도냐』며 따졌기 때문이다.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위원장 B씨는 『직능단체 간부들이 수백명의 회원 명단까지 들고와 가족까지 합치면 1,000표가 넘는다며 돈을 달라고 하면 후보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하는 「선거 브로커」 「정치브로커」들이 고비용 정치 문화를 조장하는 주범이다. 선거 브로커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조직을 내세워 선거 후보자 또는 출마 예정자에게 접근, 선거지원을 약속하며 반대 급부로 금품·향응 제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다. 직업적 브로커들 중에는 특정후보와 짜고 상대후보 비리 폭로, 양심선언 등의 「큰 일」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일부 정당 당직자들은 후보에게 접근, 거액의 선거운동비를 받아내 가로채기도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문 브로커들을 당장 추방해야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도 정치인에게 금품을 요구한 적이 있다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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