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사태의 종식은 20세기 전쟁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실험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적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전쟁 수행 방식에 「코페르니쿠스적 인 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지상군의 투입없이 해·공군만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육군 역할의 극소화가 탈냉전기 분쟁개입의 새로운 패턴으로 등장한 것이다.
나토 지상군은 78일에 걸친 공격기간 사실상 「동작그만」상태에 있었다. 육상과 해상에서 3만5,000여회의 출격이 이뤄지고 2만여발의 미사일과 스마트 폭탄이 날아가는 동안 육군은 전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 육군의 자존심인 「탱크킬러」 아파치헬기 24대도 끝내 공격명령은 받지 못했다. 결과는 「지상군 손실 0」의 기록으로 연결됐다.
이것은 무엇보다 첨단기술을 채용한 신무기 개발과 여기에 상응한 전략전술의 변화, 이른바 군사문제혁명(RMA)의 성과다. RMA는 91년 걸프전의 눈부신 승리에 자극돼 구체화한 개념. 그러면 코소보 사태의 경험은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미 해군과 공군측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압도적인 공군력과 첨단 미사일 공격 능력으로 상대의 「명령·통제·커뮤니케이션·정보(C3I)」기능 및 산업기반 시설을 파괴, 전쟁수행 의지와 능력을 무력화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나아가 육군과 해외주둔군을 더욱 감축, 그 비용을 신무기 개발에 추가투자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육군의 주장은 다르다. 한마디로 『삼손이 세살박이 어린이를 때려 눕힌 뒤 힘자랑하는 꼴』이며 『어린이(유고) 하나 굴복시키는 데 나토 전력의 절반이상이 투입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란 게 논거의 바탕이다.
유고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주요시설이 모두 요새화한 북한 등의 경우에는 해·공군의 공격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또 육군의 약화가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2개전쟁의 동시승리(윈_윈)」전략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분쟁개입의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전쟁은 92년 소말리아에서 망신을 당했던 미국에게는 분명히 성공한 실험이었다. 미군 사망에 극히 민감한 국내여론을 감안할 때 지상군 투입은 정치적인 부담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코소보 사태는 21세기의 국제정치적 영향에 못지 않는 군사적 담론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송태권특파원 tg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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